이는 새누리당과 중진 의원들 간의 동상이몽에서 비롯됐다. 새누리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가 최우선 목표다. 하지만 중진 의원들은 시장·도지사보다 대권·당권 도전을 원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나가 패하거나 경선 불쏘시개로 활용된다면 정치적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중진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중진 차출론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인사는 정몽준 의원이다. 정 의원측 관계자는 8일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의 능력있는 후보를 돕는 게 내 역할”이라며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불출마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서울시장에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2017년 12월에 있을 대선에 도전하려면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 2016년 말에는 서울시장 직을 던져야 하는데 고작 2년 반만 하고 그만 둘 명분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또 이번 서울시장 선거나 당내 경선이 박빙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리하게 레이스에 뛰어 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당의 요구를 받아 들여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3선에 도전해달라”는 당의 러브 콜을 받고 있지만 불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으로 복귀한 뒤 대권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경필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를 향해 뛰고 있다. 남 의원은 원내대표가 돼 개헌론 추진·정당 민주화·여야 정치복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충남도지사 후보로 떠오른 이인제 의원도 당권 도전 의사를 갖고 있다. 이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차기 당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 “저는 당을 위해 무엇이든, 백의종군이라도 해 열심히 헌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지사 후보 차출론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해본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은 “당을 위해 희생해달라”며 끝까지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중진 의원들이 뜻을 굽힐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권이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당의 요구를 거부한 중진 의원들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