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설이야!…밀양 AI 현장을 가보니

잔인한 설이야!…밀양 AI 현장을 가보니

기사승인 2014-02-02 18:01:00
“잔인한 설입니다.”

설인 지난달 31일 경남 밀양시 초등면 내곡동 닭사육농가 주인인 조모(32)씨는 자신이 애써 키워온 닭 9000여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족과 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워해야 할 날에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내곡동 112 가구에서 닭을 키우는 농가는 8가구다. 다른 농장주들 역시 조씨와 마찬가지로 닭들이 자루에 담겨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망연자실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밀양에서는 설에도 9만 마리가 넘는 닭을 살처분했다. 살처분이 이뤄지는 마을은 농장주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밀양시 무안면 닭 사육 농가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마을에 방역복 차림의 공무원 740여명이 나타났고, 이들은 닭장 문을 열고 안에 들어있는 닭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양계장에 있는 닭들은 자루에 담긴 채 계속해서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무안면 연상리 닭농장 주인 남모씨는 “닭을 키워서 자식들 교육도 시키는 등 가족들에게는 닭이 희망이었다”며 “닭과 같이 구덩이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살처분을 지켜보는 성묘객과 고향을 찾는 주민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현숙(46·여)씨는 “지금 고향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마음이 아프다”며 “즐거워야 할 설 명절이 AI 때문에 온통 시름”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설을 전후해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밀양지역 농가 주변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설인 지난달 31일 살처분과 방역을 비롯해 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고병원성 AI가 최종 확진된 농가로부터 반경 3㎞ 안에 있는 농가 1곳의 나머지 닭 3만4000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하면서 총 9만8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안영진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예방적 차원에서 3㎞이내 가금류는 전부 살처분을 했다”며 “2일 AI와 관련한 추가 의심신고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에서도 처음으로 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부산 강서구에 있는 한 육계 농가(2만5000수 사육)에서 AI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가축방역관이 해당 농장을 확인한 결과, AI 의심증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이에 따라 이 농가에 초동방역팀을 투입하고 임시초소를 세워 가금류와 농장관계자의 이동을 통제했다. 밀양=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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