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불만이 폭발한 건 시민단체 쪽이었다. 관계자들은 “의사들이 원격진료 의료자회사 같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용인하는 대신 그간 쌓인 민원을 한방에 해결했다”고 비판했다.
◇주고 받은 것들=표면적으로 정부는 원격진료·영리자회사 허용에 대해 상당 부분 양보했다. 원격진료는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하고, 영리자회사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계 5개 단체 목소리를 듣는 논의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의료계 집단행동의 명분이 됐던 원격진료·영리자회사 두 이슈에 대해 사실상 정부의 추진 일정이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협의 표결이 끝나는 대로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일단 국회까지는 스케줄대로 간 뒤 모든 공을 국회 논의에 넘기겠다는 뜻이다. 영리자회사 허용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기존 주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
◇의협이 진짜 얻어낸 것은=의료민영화 반대는 명분이고 속내는 의료서비스 가격(수가)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 그간 의협에는 이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협의안에는 수가 인상이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료계는 당장 가격 몇 푼 올리는 것보다 훨씬 큰 것을 챙겼다. 의료계 숙원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편이다. 건정심은 보험료와 수가 등 굵직한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다.
정부는 총 24명 위원 중 정부 추천 공익위원 4명의 추천권 절반을 의료계에 주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2명은 가입자 단체가 가져간다. 이렇게 되면 수가 인상에 반대하는 측 목소리는 현재 16명(가입자 및 정부 추천 공익위원) 대 8명(공급자)에서 12명 대 12명으로 팽팽해진다. 수가를 올리기가 훨씬 쉬워지는 셈이다. 또 건정심 심의 전에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조정소위원회’를 통해 의료계 목소리를 보탤 방안도 관철시켰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기존의 건정심도 공급자인 의료계 목소리만 반영되고 환자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구조여서 문제인데 지금보다 공급자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주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