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 그리스 정부가 최근 수도 아테네 시내 중심지인 플라카 지구의 문화부 빌딩과 1922년 터키와의 전쟁 당시 그리스 피난민을 수용했던 건물 등을 정부민영화기금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정부민영화기금은 2010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으로 구성된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국유재산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리스 고고학위원회도 최근 유서 깊은 아탈로스 주랑 박물관과 근대올림픽경기장을 일반 기업이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 바 있다. 위원회는 과거 일반 기업이 기념비적인 건물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단호히 거부해왔다.
아테네 시민들은 정부의 유적 매각 계획이 불법이라면서 15~16일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정부가 나라 경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공건물을 매각하는걸 보면 이 같은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긴축 정책에 반대해 온 좌파뿐 아니라 개혁에 찬성해 온 우파로부터도 눈총을 받고 있다. 보수 성향 일간 카티메리니의 한 기고자는 “민영화 절차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기념비적인 건물을 헐값에 넘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도 재원확보를 위해 지난달 스페인 초현실주의 거장인 후안 미로의 그림을 경매로 매각하려했고, 미국 디트로이트시도 시립미술관이 보유한 미켈란젤로의 스케치, 반 고흐 자화상 등을 처분하려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