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사들의 집단휴업을 막기 위해 지난 17일 발표된 의·정 협의문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개편안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에서 각자 유리한대로 제각각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건정심 위원 24명 중 의료계 몫이 현재 8명에서 4명이 늘어나 총 12명이 된다고 계산한다. 가입자 몫인 12명과 같은 숫자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사들 기대치의 절반인 2명 정도를 늘어나는 의료계 몫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친(親)의료계 위원은 10명이 된다.
차이는 협의문의 모호한 문구에서 비롯됐다. 협의문에는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여 구성하는 등’이라고 적혀 있다. 건정심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단체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계(공급자), 정부 추천 공익위원이 각각 8명씩 총 24명(위원장 보건복지부 차관 제외)으로 구성돼 있다. 3자가 1대 1대 1의 지분으로 목소리를 내는 구조다.
의협 관계자는 “공익위원 8명의 절반이므로 당연히 4명을 추가한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기존 몫 8명에 4명을 더해 의료계 몫이 12명이라는 것이다. 정부 계산은 다르다. 국민건강보험법 4조를 보면 공익위원이라는 말은 없다. 대신 ‘공무원 2명, 국민건강보험공단 1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명, 전문가 4명’으로 표현돼 있다. 다시 말해 공익위원으로 분류될 수 있는 몫은 전문가 4명이라는 게 복지부 해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편의상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를 합쳐 공익위원을 8명으로 분류해오긴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8명을 반으로 쪼개 가입자와 공급자에게 4명씩 나눠주면 정부는 아예 참여할 여지가 없다. 정부 추천 전문가 4명의 절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양측 신경전의 이유는 건정심의 막강한 파워 때문이다. 국민(가입자)이 내는 건강보험료의 인상률과 의사들이 받아가는 의료 서비스 가격(수가)은 물론이고 보험 적용의 범위까지 건정심에서 결정된다. 이를테면 어떤 항암제에 보험을 적용할지, 몇 %까지 지원해줄지를 건정심 위원들이 표결로 확정한다는 뜻이다. 수가 1%를 올리면 의료계에는 연간 3000억원이 추가로 뿌려진다. 위원 한 명이 때로는 한 해 수천억원의 돈을 좌우하는 구조인 셈이다.
한 자리라도 더 차지하려는 의·정간 신경전에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전 건정심 위원인 신현호 변호사는 “현재 건정심도 의료계 목소리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구조인데 그걸 1대 1 구도로 가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2명이든 4명이든 의사 몫을 더 준다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