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동원해 박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원색 비난에 나섰다. 4월은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잇따라 있어 자신들의 내부 결속을 위해서도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드레스덴 선언 진척 등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 4월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막가는 北, 박 대통령 원색 비난=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입부리를 놀리려면 제 코부터 씻으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그 무슨 통일구상이니 뭐니 하면서 희떱게(거만하게) 놀아댔다”고 비난했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해선 실명까지 거론하며 “나이를 헛먹었고 못 돼먹었다” “역겹기 그지없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거세게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또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소개하며 박 대통령에 대해 ‘미시리(바보)’ ‘아둔’ ‘암캐’ ‘늙은 암탉’ 등의 막말을 사용하며 비난에 열을 올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잡동사니들을 이것저것 긁어모아 통일 제안이랍시고 내들었다”고 폄하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통해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우리 국가원수의 외교 활동에 대해 시정잡배도 입에 담길 꺼려할 표현을 사용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거듭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그들의 소위 중대제안이 빈껍데기는 아니었는지 의심된다”며 “북한은 세계 각국에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드레스덴 선언의 의미를 잘 새겨 건설적으로 호응해 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北 내부행사 많은 4월, 남북관계 개선 발목=북한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과 체제 붕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노동신문은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해치기 위한 반민족적인 체제통일”이라며 “그런 흉악한 속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통일구상이니 뭐니 하고 떠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런 반응은 2000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을 때와 정반대다. 당시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낡은 대결정책에서 벗어나 실제행동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면 민족의 운명과 문제를 놓고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첫 반응을 보였다. 결국 남북은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시기적인 영향도 있어 보인다. 오는 15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이다. 또 오는 25일은 북한군 창건일이다. 북한은 해마다 김 주석 생일을 앞두고 크고 작은 내부 결속용 행사를 하거나 한반도 긴장수위를 높여 왔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사격을 실시한 데 이어 한발 더 나아가 4차 핵실험까지 도발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분간 추가적인 접촉·회담 제의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드레스덴 선언 설명을 위해서 고위급 접촉을 통해 북한에 설명할 계획은 현재 없다”며 “북한의 내부 일정이나 군사훈련 종료 전까지 남북 간의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맞춰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달 중순 독수리 연습이 끝날 경우 지금과는 다른 유화 국면으로 북한이 다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