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은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겠다”면서 두 단어의 앞 글자를 딴 ‘일복 시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다양한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재벌과 서민 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화합형 시장’을 강조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대권놀음에 관심 없고 세금이 안 아까운 시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세 후보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 정 의원의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 ‘정몽준·이혜훈 빅딜설’ 등을 놓고 충돌했다. 토론 초반에는 상대방의 공약에 대해 질문하는 등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날선 발언들을 주고 받았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세 후보 모두 무난하게 첫 TV토론을 치렀다”면서 “정 의원은 선방했고, 김 전 총리는 재벌 등 여러 이슈를 제기했으나 모범생처럼 보였으며, 토론에 능한 이 최고위원은 ‘똑순이’ 같았다”고 총평했다.
◇공세 취한 金, 맞받아친 鄭=김 전 총리는 정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 현대중공업 주식을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에 따라 전량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과 오일뱅크는 최근 5년간 서울시와 150억원의 물품 계약을 체결했고, 현대중공업이 서울시 문정 지구에 700억원 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는 “정 의원은 직무연관성이 있으면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하지만 외국 자본으로 넘어갔을 때 국익에 큰 손해”라며 “직무연관성이 없다는 결정이 나오면 정치적으로 상당한 소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12년간 뉴욕시장을 지낸 블룸버그는 통신사 설립자인데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이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각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총리는 이어 “박 시장과 정 의원이 본선에서 붙으면 야권에서는 ‘재벌 대 서민’ 구도로 몰아갈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재벌·군벌·학벌이니 하는 말은 다 일본말”이라고 맞받아쳤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 선거캠프의 선대위원장인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이 칼럼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 일이 없고 부패한 사람’이라고 쓴 것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이명박정부에서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낸 사람이 이런 사람을 위원장으로 내세우면 스스로 (자기)부정하는 것 아니냐”라고 역공을 가했다. 김 전 총리는 “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할 때 그런 내용에 대해선 몰랐고, 설사 알았다고 해도 개인 소신에 의해 한 일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鄭·李, ‘친박’이라고 답변, 金은 ‘세모’=OX 퀴즈에서 ‘나는 친박이다’라는 사회자 질문에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은 동그라미 팻말을 들었으나 김 전 총리는 O와 X의 중간면을 들어 보였다.
정 의원은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선대위원장을 하면서 열심히 도왔다”고 박심에 호소했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없고 정치적으로 친박이라고 할 근거는 없는 것 같다”고 거리를 뒀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 측이 제기한 빅딜설에 대해 “저까지 시달린다”며 이 최고위원에게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토론 초반 정 의원은 임명직 고위직만 역임한 김 전 총리에게 “선거가 처음이지 않나. 힘들지 않는가”라고 뼈있는 질문을 던졌고, 김 전 총리는 웃으면서 “처음이다. 힘들다”라고 가볍게 받아 넘겼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은 이번을 포함해 경선일인 30일 전까지 4차례 진행된다. 이와 별도로 실시되는 세 차례 정책토론회도 TV중계가 가능해 사실상 7차례 TV토론이 열리는 셈이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새누리당 TV토론과 관련해 “새정치연합 후보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