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20일 오후 6시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팽목항을 찾아 가족 대표들과 면담했다. 이때 이 장관과 70여m 떨어진 팽목항 대합실 1층의 가족지원상황실 앞에서 안전행정부 송모 감사관이 기념촬영을 하려 했다. 한 가족이 이를 주변에 알리자 현장은 격한 분위기로 급변했다. 이 장관은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상황실이 있는 팽목항 대합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격분한 실종자 가족들이 “사진 찍자고 한 사람들을 대합실 밖으로 내보내라”고 고함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장관은 가족들에 둘러싸여 대합실에 갇힌 신세가 됐다. 결국 이 장관은 2시간여가 지난 오후 8시20분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치듯 차량까지 이동해 팽목항을 떠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안행부는 이날 밤 즉시 송 감사관을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했다. 안행부는 향후 관련 절차에 따라 송 감사관을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송 감사관과 함께 있었던 안행부 관계자는 “송 감사관이 2박3일간 수고한 직원들과 사진을 찍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침몰 사고 당일이었던 지난 16일 구조된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서 장관은 구조된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바닥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일부 언론에 포착됐다. 가족들과 학생들이 바닥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서 장관은 이틀 후인 지난 18일 희생자 학생 장례식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유족들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 서 장관의 한 수행원이 경기도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귓속말을 했다. 유족들은 곧바로 “어쩌란 말이냐.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격하게 항의했다.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도 지난 19일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하며 오해를 샀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욱 적극적인 수색을 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김 청장이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청장의 발언을 들은 실종자 가족은 “사고 수습을 통솔해야 할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해 당황스러웠다”며 “해군과 협조도 안 되고 제대로 된 지휘체계가 있기나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당시 김 청장과 함께 있던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이 김 청장한테 ‘군에 직접 명령을 내려라’ ‘배를 인양하라’ 등 한꺼번에 여러 요구를 쏟아냈던 상황”이라며 “김 청장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부분과 현실적 한계에 대해 설명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기자,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