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없는 일본에 불기 시작한 ‘낮잠 열풍’

잠 없는 일본에 불기 시작한 ‘낮잠 열풍’

기사승인 2014-05-16 18:24:00
[쿠키 지구촌]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 낮잠 재우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일을 강요해도 모자랄 기업들이 이러고 있는 건 평소 잠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여 ‘짧지만 굵게’ 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별 수면 연구에 따르면 일본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22분이다. 조사 대상인 멕시코(7시간 6분) 캐나다(7시간 3분) 독일(7시간 1분) 영국(6시간 49분) 미국(6시간 31분) 등 6개국 중 가장 짧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11년 만에 ‘건강 증진을 위한 수면 지침’을 발표하고 “오후 시간에 30분 정도 짧은 잠을 자는 것은 작업 능률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라며 잠을 권하기도 했다. 당초 이 권고가 나왔을 땐 직원들의 근면 성실함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 기업 분위기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 월간 ‘R25’ 온라인판은 일본에서 ‘낮잠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일본 IT업체 휴고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전 직원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낮잠을 자는 시간으로 정했다. 전화 음성 안내도 ‘4시 이후에 연락을 주거나 메일을 보내 달라’고 해 놓았다. 나카타 다이스케 휴고 사장은 “지금까지 낮잠이 문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낮잠 제도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실적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회사 ‘GMO’는 직원들의 낮잠 전용 공간인 ‘GMO시에스타’를 마련했고 IT회사 오쿠타는 업무 중에 20분간 낮잠을 자는 ‘파워 낮잠 제도’를 도입한 뒤 업무상 실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전했다.

후쿠오카의 한 중학교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오후 1시50분부터 10분간 전 학생이 일제히 낮잠을 자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시간엔 교실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는다. 야마구치 세이지 교장은 “학생들이 오후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를 도입한 목표”라고 말했다.

R25는 “회사에서 일과 시간에 당당히 낮잠을 자는 ‘꿈같은 이야기’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고 있다”며 “당신도 회사에 ‘낮잠 제도’를 건의해 보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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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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