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길환영 KBS 사장이 세월호 침몰 참사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27일 KBS 노동조합 특보에 따르면 길 사장은 사고 나흘째로 실종자 구조작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19일 세월호 침몰지점 200m 앞에서 생방송 중이던 KBS 선박을 10여명의 수행단과 함께 찾았다. 노조 측은 길 사장이 1차에 15명, 2차에 30명과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했고 이는 여러 사람의 휴대전화로 촬영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관광지 등에서 흔히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그대로였다”며 “그들이 선상에서 두 차례 촬영 포즈를 취하는 바로 앞 200m 전방에서는 꽃다운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죄 없는 300여명이 침몰한 세월호 속에 갇혀 생사를 넘나들고 있고 그 주변에는 어떻게든 선내에 진입하기 위한 잠수부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사고 와중에 사진을 찍는 게 구설수가 되지 않을까 해서 찍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과 24시간 특보 체제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직원들을 몽땅 불러내 사진을 찍었다”며 “불과 200m 앞에서 수백 명이 생사를 다투고 있는데 버젓이 단체 사진을 찍어댄 행위가 어떻게 직원 격려냐”고 지적했다.
노조는 기념사진 촬영 다음날 안전행정부 국장이 사고 현장에서 찍은 기념사진으로 직위해제 되는 등 논란이 일고 노조가 취재에 들어가자 사측은 입단속을 시키고 사진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사장이 현장 중계팀을 격려하고 현장을 떠나려 할 때 주변의 권유로 하게 됐고,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사장 방문행사에는 사보 게재 등 기록을 위해 홍보실 사진요원이 수행하지만, 이번 방문은 현장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현장 스태프조차 방문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공식 촬영계획도 잡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시 중계차를 실은 페리는 높은 파도 때문에 주변 항구에 피해 있어 구조 현장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기념사진 논란에 대해 “길 사장은 더 이상 사장 자리에 대한 미련을 접고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길 사장은 안전행정부 고위간부가 사진촬영 때문에 사직을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며 “쉬쉬하면서 증거사진을 없애고 또 사실 자체를 덮으려 한 그 자체만으로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자격 상실이다. 지금 당장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찾아가서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