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권남영 기자]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에서 비롯된 외압 논란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11일 “영화계의 의견에 대해 고민은 하겠지만 (물러나겠다는 뜻에는)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면서 “영화계가 덜 바쁜 지금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에) 적기”라며 거듭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전날 BIFF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부산시에 공동 집행위원장을 제안한 것은 제가 물러나겠다는 뜻”이라고 밝혀 영화계의 반발과 우려를 샀다.
이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에 영화계 모두가 납득할 만한 사람을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자신은 공동집행위원장으로서 1∼2년간 새 집행위원장의 업무를 도우며 인수인계를 하겠다고 제안했고, 부산시도 이를 받아들인 상태다.
지난해 열린 영화제에서 세월호 사고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두고 불거진 부산시와의 갈등이 시작이었다.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상영 취소를 요청했지만 BIFF는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했다.
부산시는 작년 말 조직위를 상대로 지도점검을 벌이고 이를 토대로 초청작 선정과 예산 집행 과정 등을 문제 삼으며 이 집행위원장을 압박, 사실상 사퇴를 종용해 논란이 일었다. 영화계는 즉각 비대위를 꾸려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와 유명 감독의 지지 선언도 잇따랐다. 이에 부산영화제 측이 부산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래비전과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며 부산과 서울에서 잇달아 공청회를 열기로 해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이 집행위원장이 부산시에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한 사실이 부산시를 통해 알려졌다. 단순히 공동 집행위원장을 1명 더 세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사퇴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밝힌 것이어서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BIFF조직위 측은 공청회와 외부 용역, 내부 의견 등의 내용을 취합해 이달 중으로 영화제의 미래비전과 쇄신안을 마무리하고 오는 10월 1∼10일 열릴 예정인 영화제 준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영화인 비대위 측은 내주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