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영화 ‘화장’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이 극중 암환자 역할을 맡아 과감한 연기를 소화해준 배우 김호정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1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화장’ 기자간담회에서 임권택 감독은 “영화 찍으면서 제가 연출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안성기씨와 김호정씨가 욕탕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면”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처음엔 두 연기자의 반신을 한 컷으로 찍었다”며 “그런데 도저히 관객들이 상당한 생각으로 유추를 한다고 해도 십분 전달될 것 같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사실감을 통해 영화를 감동스럽게 만들어보려는 목적과 너무 달랐다”며 “그래서 촬영을 중단하고 김호정씨에게 ‘전신을 찍어야 비로소 납득할 수 있는 신이 되는데 이걸 어떡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덧붙였다.
김호정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뒤 2~3시간 정도 고민했다고 한다. 이후 감독의 제안을 수용해 “감독 의사대로 찍자”는 뜻을 밝혀왔단다.
이에 임권택 감독은 “그게 감독이 생각한 목적과 맞아떨어지지 않고 추하게 표현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난 감독으로서 큰 실례를 범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사히 목적한대로 찍혀서 영화를 빛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자리를 빌어 김호정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말로 발언을 바쳤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인 ‘화장’은 죽음을 앞둔 아내(김호정)과 젊고 예쁜 회사 부하직원(김규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안성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김호정은 뇌종양을 앓다 쓰러져 점점 피폐해지는 아내 역을 연기했다. 파격적인 성기 노출신을 소화한 것은 물론 여배우에게 망설여질 수 있는 삭발 투혼까지 감행했다. 다음달 9일 개봉.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