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를 땐 아무렇지도 않다가 하산 시에 갑자기 무릎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오르막보다 내리막 길에서 무릎에 전달되는 하중이 더 크기 때문인데, 산을 오를 때는 체중의 2~3배, 내려갈 때에는 체중의 5~7배 정도의 하중이 무릎에 전달된다. 특히 경사가 가파른 길을 내려갈 때는 무릎이 120도 이상으로 과하게 구부러지는 동작을 취하게 돼 체중의 15배에 달하는 부하가 가해지며 심각한 무릎 통증이 발생한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등산을 권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행 시에는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평소보다 큰데,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경우 무릎 연골이 약해져 있는 상태이므로 일반인에 비해 훨씬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보다 안전한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완등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정상에 오르겠다고 고집 부리기 보다는, 바로 하산하여 더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적절한 보행기술을 익히고 장비를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발목까지 보호할 수 있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산행 시 지팡이나 스틱을 사용하면 하체에 집중되는 하중을 약 30% 정도 분산시켜 체력 소모 완화는 물론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산을 오를 때보다 하산 시 무릎에 더 큰 충격이 가해지므로, 이 때에는 보폭을 작게 하고 걷는 속도를 천천히 유지하는 것이 좋다.
등산 후 정리운동은 등산 전에 하는 준비운동만큼이나 중요하다. 가볍게 근육을 풀어주는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후, 산행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허벅지와 종아리를 중심으로 마사지를 해주면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귀가 후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는 것도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반면 등산 후 무릎이 붓거나 통증이 계속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평상시 관절염이 있던 사람이라면 무리한 등산으로 증상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진단 받으면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법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정도에 따라 관절내시경수술 또는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한다.
송상호 웰튼병원 원장은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경우, 가파른 경사나 계단이 많은 산행길은 피하고 경사가 완만한 길을 1시간 내외로 가볍게 걷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등산 전에 자신의 몸 상태에서 무리하지 않는 선으로 산행을 계획해야 하며, 등산 전 준비운동과 하산 후 정리운동을 통해 관절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