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제제(Zeze)’가 역사 국정교과서를 밀어낸 분위기다. 표현의 자유 논란이 불붙어 가수 아이유는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일종의 사회 이슈가 됐다. 무단 샘플링 의혹까지 겹쳐져 아이유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다. 사과 직후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유 신보에 담긴 ‘제제’ 가사 논란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한국어판을 펴낸 출판사 동녘이 다섯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유감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답게 곧바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표현의 자유 문제로 달아올랐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아예 ‘제제’ 음원 폐기를 요청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9일 현재까지 3만여명이 넘게 서명한 상태다.
논객들의 갑론을박 논쟁도 SNS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출판사가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 시대에 웬만큼 무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망발”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영화평론가 허지웅도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시시각각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라고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소설가 이외수는 “전시장에 가면 ‘작품에 손대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을 보게 됩니다. 왜 손대지 말아야 할까요”라고 했다. 이에 허지웅이 “이외수 작가님은 자기 작품이 박물관 유리벽 안에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끔 박제되기를 바라는 모양”이라고 꼬집자, 이외수는 “누군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평론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평론가는 전봇대만 보면 한쪽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는 개와 흡사하다는 논지의 대답을 했지요. 저의가 어떻든 전봇대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겠지요”라고 맞받아쳤다.
가수 윤종신은 “나의 노래와 글을 읽고 나는 생각도 못한 감상과 느낌을 표현하는 분들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은 창작 후 또 다른 쾌감”이라며 “그건 오해, 오역도 아니고 그만의 상상 그리고 자유. 그의 머릿속을 지배할 순 없어. 그의 표현까지도. 그저 듣고 읽어 준 게 고마울 뿐. 이 수많은 창작물의 홍수 속에”라며 아이유를 옹호했다. 하지만 소설가 소재원은 “예술에도 금기는 존재한다”며 “만약 내 순결한 작품을 누군가 예술이란 명분으로 금기된 성역으로 끌고 들어간다면 난 그를 저주할 것이다. 최후의 보루는 지켜져야 예술은 예술로 남을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신건강의학과 서천석 의사는 “제제는 특별한 캐릭터다. 이 소설을 읽는 누군가는 제제에게 강렬하게 감정을 이입한다”며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고 쉽게 잊지 못한다. 아동학대와 복합 트라우마의 희생자다. 이런 캐릭터를 함부로 다루면 일이 복잡해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제제’ 논란은 같은 앨범 타이틀곡 ‘스물셋’ 뮤직비디오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아이유가 젖병을 물거나 우유를 뿌리고 립스틱을 뭉개 바른 장면 등을 두고 일부에서 소아성애, 로리타 콤플렉스 콘셉트라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룸펜스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사에 맞춰 연출한 것”이라며 논란이 된 장면들을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엑소와 엑프엑스 등 인기 그룹 뮤직비디오를 만든 김종권 감독은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주자. 하지만 업계 사람들은 다 알지. 기획이 그렇게 허투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아이유의 사과 직후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유는 6일 “맹세코 다섯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도 예정대로 팬사인회를 진행했다.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고 행사장에 논란이 된 앨범 재킷도 부착돼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