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의 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은 15, 16세기의 중동에서 작성된 문헌들을 참조한 것이다. 커피의 발견, 인위적인 재배 대해 등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아라비카 커피는 AD 575년 초반 즈음에 에티오피아에서 이미 작물로 개발된 품종을 아라비아 남부로 이식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최초의 커피음료가 어떤 것인지도, 뜨거운 커피형태로 마셨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시리아나 페르시아, 혹은 터키의 어떤 이가 열분해를 유도할 만큼 높은 온도에 커피열매 씨앗을 넣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하는데, 이것이 커피 로스팅의 시작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안 버스턴(Ian Bersten)은 시리아가 커피를 최초로 로스팅 한 곳이라고 추측하는데, 그 근거로는 토기그릇밖에 없던 예멘과는 달리, 시리아는 금속용기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높은 로스팅 온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금속용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증명할 길도, 반박할 증거도 없다. 하지만 커피뿐만 아니라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견과류들을 불에 구워서 맛을 더 좋게 만든 기록들이 발견되기에, 커피도 그와 같은 실험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아닌가 짐작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렇다면 커피 로스팅의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한 초기의 기록자는 누구일까?
윌리엄 팔그레이브(William Palgrave)는 자신이 1863년 발간한 여행기 ‘1년간의 중 동부 아라비아 여행에 대한 서술’(1863년 발간)에서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Soweylim은 지체 없이 커피를 준비했는데, 먼저 5분에 걸친 풀무와 석탄으로 적당한 불을 만들었다. 그는 벽에 걸려있던 더러운 매듭 천을 풀어내고 서너 웅큼 정도의 로스팅 하지 않은 커피를 풀로 엮은 그릇에 두고, 검은 낱알이나 잡티들을 신중하게 골라내었다. 그 후 그는 깨끗해진 커피생두를 커다란 철 국자에 부어넣어 화덕에서 커피들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고 붉게 변해 연기가 날 때까지 열을 가했다. 모든 과정이 끝난 후 그는 볶아진 커피들을 풀 그릇위에 두고 접시를 식혔다.”
맨 처음에 커피를 로스팅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로스팅은 커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법과 같은 것이다. 로스팅을 하지 않는다면 커피의 향기도 없을 것이고, 향기 없는 커피는 커피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최초로 커피씨앗에 열을 가해 향기를 낼 생각을 했던 사람은 그 누가 되었든 커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찬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