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QLED는 자발광이어야 하는데 시트 하나 붙이고 무슨...”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던 LG전자 TV화질 연구위원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신제품 ‘QLED TV’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비판했다. 백라이트에 의존하는 LCD TV 구조임에도 양자점(퀀텀닷) 소자를 활용한 발광다이오드라는 의미를 내포한 상품명을 내걸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자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인 ‘OLED TV’와 견줄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날 LG전자는 LCD TV 패널에 나노미터(nm) 크기의 염료 물질을 적용한 ‘나노셀 TV’ 제품을 소개하며 “퀀텀닷(양자점) 기술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백라이트와 패널 사이에 퀀텀닷 시트를 넣어 색 표현력을 높인 삼성전자의 기술을 ‘2세대’로, 패널에 직접 나노 물질을 도포한 나노셀 기술을 ‘3세대’라고 정의하며 화질 기술에서 우위에 있음을 내세웠다.
삼성 QLED TV가 ‘컬러볼륨 100% 구현’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데 대해서도 현행 국제기준이 자발광보다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에 월등히 유리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이 자리에서 LG전자의 설명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인정받고 있는 시장 추이는 분명하고, 전문가가 자사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술적인 설명을 곁들이며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자발광이 아닌 QLED TV가 공개됐을 당시 ‘마케팅 수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불과 4일 후 열린 삼성전자의 QLED TV 국내 공개 행사에서는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에게 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 다소 짓궂은 질문이 나왔다. 김 사장은 “우리는 우리 제품만 믿는다”며 에둘러 답했다. 하지만 QLED TV가 ‘화질의 종결자’라고 강조하며 물러서지는 않았다.
삼성이라고 LG 제품을 폄하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까지 퀀텀닷 기술의 ‘SUHD TV’로 OLED TV와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하던 삼성은 줄곧 디스플레이 단가가 높은 OLED TV보다 SUHD TV가 상품성이 높다는 주장을 펴왔다. OLED의 장점은 인정하면서도 유기 소자의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도 꾸준히 걸고넘어졌다.
이제 소비자들은 이 같은 ‘진흙탕 싸움’에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양대 TV 브랜드로 인정받는 양사 제품 모두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기술로 LCD TV 화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세계 TV 시장에서 11년째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TV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점유율이 40%를 넘기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양사 모두 화질과 상품성으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력 도태 이미지가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가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사의 신경전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과거와 비교할 때 훨씬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으며 제품에 대한 정보도 스스로 찾고 판단하는 주체다.
기술력 홍보가 중요하다고 해도 ‘경쟁사 제품보다 좋아요’라는 구태한 방식보다는 ‘우리 제품이 이렇게 충분히 좋다’는 설명이 글로벌 선두 브랜드의 품격과 훨씬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