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뒤 내린 결정이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불러온다는 뜻이다.
가격인상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BBQ는 지난 21일 신제품 꼬꼬넛을 출시했다. 2종의 소스와 파인애플이 추가된 세트 가격은 2만1000원으로 관련업계에서 소비자심리저항의 벽으로 여겨졌던 2만원을 넘은 가격이다.
기존 최고가였던 자사 마라핫치킨의 2만900원을 넘는 수준으로, 출시 당시 프로모션을 통해 1만9900원에 판매됐던 마라핫치킨과는 달리 처음부터 2만원이 넘는 가격을 책정했다.
일반적으로 식품·외식업계에서 통용되는 ‘세트’는 제품 단품에 음료와 사이드메뉴 등이 추가로 구성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꼬꼬넛은 BBQ의 다른 제품과는 달리 유일하게 ‘세트’라는 꺽쇠를 달고 있으며 단품 구성은 없다. 즉 소비자들이 꼬꼬넛 치킨을 맛보기 위해서는 세트 구성품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2만1000원을 지불해야하는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기프티콘 할인 이벤트 혜택을 받아 4000원이 할인되더라도 2만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프로모션 제품에 한해 사이드메뉴인 치즈스틱이 추가돼 2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인상과 관련해 부침을 겪었던 BBQ가 불쑥 신제품을 출시하고 2만원선을 유지하는 것은 가격저항의 심리적인 ‘벽’을 깨기 위한 행보로 보이기도 한다. 과거 1000원 이상이 금기시됐던 라면 역시 프리미엄화를 통해 1500원 시대를 연 후 소비자들의 심리저항감은 사라졌다. 따라서 꼬꼬넛은 이후 신제품 출시에 있어 ‘2만원 이상’ 책정에 발판이 될 수 있다.
물론 기업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영업활동이 우선이며 이에 대한 규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 정부부처의 세무조사를 앞세운 이례적인 전방위적 압박에 가격인상에 족쇄가 채여진 BBQ의 차선의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시의적절했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가격인상 헤프닝은 종료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AI 재발과 브라질산 부패 닭 파문 등 연이은 관련 악재에 예민해진 상태다. ‘치킨 가격 인상’라는 단어를 봤을 때 BBQ를 먼저 떠올리는 소비자들도 분명 남아있을 것이다.
BBQ의 이번 시도를 악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악수에 가깝다는 기분은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