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주말인 2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집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한 미국대사관을 사방으로 에워싸는 행진이 진행됐으나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미대사관이 중요시설임을 고려, 현장 경비 수위를 종전보다는 약간 높였으나 시위대를 특별히 자극하는 일 없이 차분히 상황을 관리했다. 시위대도 법원이 정한 ‘20분 포위행진’ 조건을 이행해 양측 간 마찰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59개 중대(4700여명)의 경비병력을 편성했지만, 집회가 시작된 서울광장 주변에는 일정 간격으로 5인 1조씩 인원을 배치했을 뿐 버스 차벽이나 별도 폴리스라인을 설치하지 않았다.
서울광장에서 보신각 사거리를 거쳐 미대사관 뒤쪽인 종로소방서 앞까지 행진하는 동안에도 교통경찰관을 중심으로 한 교통관리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보신각-광화문 방면 차량 통행이 일부 정체됐으나 행진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다만 미대사관의 중요도를 고려해 대사관 뒤쪽에는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라인 뒤로 플라스틱 방패를 든 경비병력을 포함해 인원을 다수 배치하는 등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했다.
대사관 남쪽과 정문 쪽 담장을 따라 경찰 버스가 일부 보이긴 했으나 이는 대사관 일대 경비병력 이동을 위해 일상적으로 주차한 것이고, 이날 집회에 대비해 버스 차벽을 별도로 설치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참가자들도 미대사관 뒤쪽으로는 1회 20분에 한해 행진할 수 있다고 한 법원 결정을 충실히 이행했다. 미대사관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오후 6시32분부터 대사관 정문과 뒤쪽 2개 대오로 갈라져 사방에서 대사관을 ‘포위’하는 행진을 벌인 뒤 19분이 지난 오후 6시51분 대사관 뒤쪽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행진이 진행되는 도중 종로소방서 소속 소방차량들이 긴급히 출동하는 상황이 있었으나 공간이 넉넉해 이동에 지장은 없었다. 주최 측도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20분밖에 없으니 최대한 밀착해 빨리 준비해 달라”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미대사관을 사방에서 둘러싸는 행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과거에는 미대사관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중요시설에 해당해 반경 100m 안에서 집회할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집회·행진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규정한 현행 집시법 11조상으로도 외교기관 업무가 없는 휴일 등 3가지 예외적 경우에는 외교기관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집회·시위를 열도록 허용돼 있다. yes22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