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마동석에게 관객이 기대하는 역할은 정해져 있다. 마동석 또한 자신에게 주어지는 관객의 기대를 잘 알고 있으며, 그가 선택하는 캐릭터들은 그의 생김새 때문에라도 여러 모로 결이 같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석)는 그런 면에서 새롭지는 않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등급과 맞물리는 액션과 유혈, 폭력은 러닝타임 내내 즐비하다.
2004년 서울 금천구 일대는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중국 동포들의 주요 밀집지역이 된다. 가리봉 일대를 주름잡는 것은 이수파와 독사파. 그러나 독사파의 보스 독사가 토막살인된 시체로 동네 쓰레기 하치장에서 발견된다. 그를 죽인 것은 경상도에서 올라온 중국인 장첸(윤계상). 장첸은 밀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으로, 창원에서 사채를 하다가 서울로 자리를 옮겨 독사파를 손에 넣는다.
금천경찰서는 당연히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중국 동포들이 밀집한 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살인과 폭력 사건들 때문에 경찰서장도 체면이 서지 않는 상황. 강력반의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전일만(최귀화)은 매일같이 중국 조직폭력배들의 소탕을 요구하는 서장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지역 조직폭력배들을 꽉 쥐고 있는 마석도지만 독사파의 보스가 죽은 것은 그에게도 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마석도는 가리봉에서 살인사건을 달고 다니는 인물 장첸을 알게 된다.
영화는 통쾌와 화끈, 살벌함을 무기로 관객을 공략하려고 한다. 마동석과 윤계상이 펼치는 날 것 그대로의 폭력은 ‘범죄액션’을 표방하는 영화의 주제와 맞아떨어진다. 2004년과 2007년 가리봉에서 벌어진 금천경찰서의 조폭 소탕작전을 모티브로 한 만큼, 실화 바탕의 시나리오가 주는 충실함도 있다.
그러나 영화가 가지고 있는 어떤 종류의 편견은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는 해도,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중국 동포들의 잔인한 일면은 앞서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을 둘러싼 국적차별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관객은 영화와 현실을 그렇게 편리하고 간단하게 분리해내기 어렵다. 중국 동포들에 대한 편견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는 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