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 살아난다는데...가계 여전히 ‘빨간불’

한은, 경기 살아난다는데...가계 여전히 ‘빨간불’

기사승인 2017-09-29 06:00:00

한국은행이 하반기 경제(GDP)성장률을 상반기 보다 0.1%p 상승한 2.9%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민간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나아진 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 경제주체의  체감 경기는 9월 들어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가계의 여유자금은 주택마련 등에 따라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4분기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자부담 증가로 가계 자금 상황이 보다 악화될 수 있어서다. 

◇경제심리지수 1.3p 하락 

9월 경제심리지수(EPI)는 96.8로 전월대비 1.3p 하락했다. 경제심리지수는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 합한 통계자료다. 이 지수가 100을 상회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경제를 과거보다 나은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100보다 아래면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산업 기준으로 전월대비 1p 상승한 81을 기록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한달전보다 각각 5p, 4p 상승해 83, 79로 집계됐다. 지수는 개선됐으나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전자(8p), 화확(12p), 1차금속(12p)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반도체 호황 및 스마트폰 출시, 유가상승, 수출호조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비제조업의 경우 도소매(11p), 스포츠여가서비스(20p)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휴가시즌이 끝난 후 수출호조에 따른 산업재 거래 증가, 추석을 대비한 백화점 물량 증대, 골프장과 같은 야외 레저시설 이용객 증가 등의 영향이 컸다. 

반면 의료정밀기기는 시험측정장비 및 산업용 렌즈의 수요 둔화에 따라 전월 대비 12p 하락했다. 

부동산의 경우 업황BSI는 8월에 이어 두달 연속 4p 하락, 70을 기록했다. 이는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동향지수(CSI)의 경우 현재생활형편CSI(94), 생활형편전망(102), 가계수입전망(103)은 전월수준을 유지했다. 소비지출전망은 107로 전월 대비 2p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과 향후경기전망은 각각 6p, 8p하락한 87, 96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소비자는 소비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현재생활 형편, 경기 판단및 전망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6개 주요 CSI를 합해 소비자의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7로 전월대비 2.2p 하락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동월 대비 2.1% 각각 상승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이 1년전보다 4.8% 올랐다. 과일의 경우 전년동월 대비 21.5% 상승해 물가지수를 끌어 올렸다.

◇2분기 여유자금 10.5조 급감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0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조6000억원 줄었다. 전년동기에 비해선 5조6000억원 감소했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으로 경제 주체의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국내 가구수가 약 2000만인 것을 감안하면 1가구당 50만원 정도 여윳돈이 있는 셈이다.

가계 여유자금이 줄어들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전체 가계 추가이자부담은 한해 약 9조원으로 추정됐다. 금리가 대폭 상승될 경우 가계의 자금 사정 현재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기자들을 만나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의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 경기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계부채를 급격하게 줄일 경우 실물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금리 인상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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