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사상 초유의 장기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풍성한 한가위 분위기와는 달리 국내 경제계에는 FTA 재협상, 미국의 국내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우려,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먹구름이 몰려왔다. 이런 가운데 3분기 경제성장률이 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둡게 했다.
다만 평소와 다름없이 거래된 해외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추석 연휴 후 국내 증시의 전망을 밝게 했다.
◇FTA·세탁기 파동…무역 빨간불
정부와 미국 통상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특별회의를 개최해 “FTA 개정 필요성을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재협상에 착수키로 사실상 합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회의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미FTA 개정 절차에 나선다.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국내 산업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철강, 기계, 농업 분야의 피해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FTA 재협상이 추진될 경우 2021년까지 5년 동안 한국은 최대 170억달러(약 19조원)에 수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 LG전자의 가정용 대형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한국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 가능성을 높였다.
세이프가드가 내려질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기업의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미국 수출액은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수준이다.
◇3분기 전망 우울…경제성장률 0%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주요 기관은 3분기 경제성장률을 2분기에 이어 0%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목표했던 연간 성장률 3%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은 두달 연속 0%를 유지했다. 소매판매 증가율도 7월 0.1%에서 8월(-1.0%) 마이너스 전환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는 -0.3%로 7월(-5.1%)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은 여전히 우리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9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달러로, 1956년 수출 통계 집계를 시작한 후 61년 만에 월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분야 등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413억8000만달러를 기록. 무역수지도 137억5000만달러로 68개월(5년 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금리인상 가능성 가시화…가계부채 어떡하나
국내 금융권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출입기자 워크숍에서 “물가 상승률이 낮더라도 경제회복세가 지속된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한 BoA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도 한국은행이 내년 1분기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간, 스탠다드차타드 등도 내년 2분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시중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연휴 중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년전과 비교해 연 0.9% 인상됐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카드론을 제외한 가계부채 규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카드론 이용액은 8조8655억으로 지난해 2분기 이용액(8조9048억)보다 393억원 줄었다.
이에 반해 9월 국민, 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71억1763억원으로 한달전보다 2조1750억원원 늘었다. 또한 지난 7월말 저축은행 여신 잔액(한국은행 기준)은 48조92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신 잔액은 2011년 12월(50조2천376억원) 이후 5년 7개월만에 최대치다.
◇한계로 치닫는 자영업자
이번 추석에는 자영업자 5명 중 한 명은 연간 소득이 1000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557만명의 연평균 소득 624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 40%인 1, 2분위 소득은 각각 890만원, 2409만원에 불과했다. 자영업자 절반 가까이는 1인당 국민소득(약 3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소득은 줄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최고치를 연일 경신, 500조(1인당 10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중에는 1년간 벌어도 빚도 못 갚는 한계 계층이 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외 증시 호황 국내 상승세 이끌까
추석 연휴 기간(2일~6일) 중에도 해외 증시는 활발하게 움직였다.
미국 다우, 나스닥 등은 1%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S&P500의 경우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기 회복,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개편안 처리 전망, 기업 실적개선 기대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호황을 이어갔다. 영국 FTSE100지수는 2% 이상 상승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64%, 3.28% 올랐다.
한편 이번 추석에는 풍성한 선물도 있었다. 지난 7일 발표된 제775회 로또복권 1등(5명) 당첨자는 34억7044만원을 받았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