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정무수석은 ‘e스포츠계 대통령’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위는 업계에서 제왕으로 군림하는 결과를 낳았다.
2013년 전 수석이 회장으로 취임한 뒤 협회 위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협회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각종 스폰서 유치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타났다. 전 수석은 포털사이트 스포츠란에 e스포츠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bbq 등 게임단 스폰서 유치를 성사시키며 e스포츠 판의 규모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 수석의 업계 내 존재감이 협회에 그릇된 방식으로 반영됐다. 전 수석 비서관 출신인 윤모씨는 협회 자금을 개인 주머니 물건 꺼내듯 썼다. 롯데홈쇼핑 후원금 중 1억1000만 원을 빼돌리는 와중에 협회 내 제동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협회는 아무런 직책이 없는 윤씨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해 유흥비 등으로 1억원 가까이 탕진하도록 방치했다.
전 수석이 협회를 사조직화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 수석은 2013년 1월 현역 의원일 당시 처음 협회장에 취임했다. 2014년 11월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으로부터 겸직금지 통보를 받은 전 수석은 같은 해 12월 회장에서 물러났으나 명예회장직을 유지했다. 그리고 2016년 컷오프 후 협회장에 복직했다가 이듬해 5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에 임명돼 직을 내려놓았다.
이처럼 협회는 4년 10개월여 동안 협회장 자리를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해 남겨두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협회는 전 수석이 낙천 후 회장으로 복귀하자 정관을 고쳐 보수를 지급할 정도로 충성심을 드러냈다. 협회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전 수석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급여를 지급받았다. 1999년 12월 창립총회 후 협회장에게 급여가 지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수석이 현역 의원일 당시 의원실 비서와 인턴에게 월급을 지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조사 과정에서 조씨는 의원실 비서와 인턴 등을 협회 직원인양 위장해 급여를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사실상 협회 재산을 사유화한 셈이다.
협회의 ‘뚝심’은 전 수석이 비상근 명예직에 있을 때도 각별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협회 임직원들은 전 수석 공천 탈락 항의 집회에 동원됐다. 이 외에도 몇몇 행사장에서 전 수석의 의전을 협회가 도맡아하는 등 ‘비서’ 역할을 자처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조만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과정이 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수석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면 협회에 후원금이 흘러 들어가는 방식이다.
만약 후원금이 전 수석의 개입 하에 성사된 것이 밝혀지며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 검찰은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가 전병헌 정무수석과의 독대로 3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롯데홈쇼핑은 2015년 사업 재승인 과정에서 전 수석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