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중국 충칭에서 개최된 ‘한‧중 산업협력 충칭 포럼’에 참석했다. 충칭은 일대일로 경제권의 거점지역으로 매년 1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역.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 양국의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다음은 기조연설 전문.
장궈칭 시장님, 오우순칭 비서장, 숑쉐 상무위원회 주임님,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님, 양국 기업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중국 경제와 정치의 요충지인 이곳 충칭에서 ‘한중 산업협력 충칭 포럼’이 개최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축하합니다.
충칭은 삼천 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한국인이 즐겨 읽는 <삼국지>의 영웅들, 유비 관우 장비가 웅비한 곳이기도 합니다. 충칭은 또한 우리 한국인들에게 매우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지녔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혼과 숨결이 서려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이곳 충칭에서 중국 인민들과 함께 고국 광복의 기쁜 소식에 서로 얼싸안았을 선조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양국 기업인 여러분, 오늘의 충칭은 일대일로 경제권의 거점지역으로서 매년 10%대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충칭의 새 역사를 70여개 한국기업들이 함께 만들고 있다는 것이 매우 뜻깊고 자랑스럽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우의와 협력의 길을 열고 있는 중국과 한국 기업인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은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유라시아, 남쪽으로는 아세안과 인도로 이어지는 신북방 정책과 신남방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역내 국가들 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공동체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 인류 문명의 통로였던 실크로드를 내륙과 해양 양면에서 21세기 호혜상생의 연결망으로 부활시키는 ‘일대일로 구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 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한국의 신북방·신남방 정책 간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적극 발굴해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물은 만나고 모일수록 먼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지동도합(志同道合), 뜻이 같으면 길도 합쳐지는 법입니다. 일대일로 구상과 신북방‧신남방 정책의 연계는 양국을 비롯한 역내 평화와 공동번영을 실현하고, 인류 공영을 이끄는 힘찬 물결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 이를 위한 한‧중 협력의 네 가지 방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중국과 한국, 역내 국가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은 6대 경제회랑 건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빈 곳이 있습니다. 일대일로의 경제회랑이 유라시아 동쪽 끝,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한반도와 연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이 적극 추진 중인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간 연결이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과 만난다면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 항공, 해상 운송망이 사통팔달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친환경에너지 육성, 초국가간 전력망 연계와 같은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IT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실크로드도 구축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평을 선구적으로 열어가는 협력이 될 것입니다.
둘째, 한‧중 기업 간 장점을 결합한 제3국 공동진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한국의 무역보험공사와 중국 건설은행이 양국 기업의 인프라시장 공동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한국의 산업은행이 아시아 인프라 개발은행과 공동 출자하여 ‘신흥아시아 펀드’를 조성한 것처럼 다자개발은행과의 협력도 강화하여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진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한중 투자협력위원회 등 협의 채널을 통해 상호 정보 교류와 금융지원의 기반도 튼튼하게 다지겠습니다.
셋째,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 간의 교역과 투자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한국의 신북방‧신남방 정책은 역내 무역장벽을 낮추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입니다.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 동반자 관계가 핵심입니다. 이는 일대일로 구상의 5대 중점 정책 중 하나인 ‘무역창통’과 맥을 같이 합니다.
국가 간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의 흐름은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우선, 전자 통관‧무역 시스템 도입, 통관‧검역 분야에서의 국제표준 적용을 통해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역내 경제통합을 향해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2015년 발효된 ‘한중 FTA'는 양국 교역의 든든한 교량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그 교량을 더 확장하기 위해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후속협상 개시’에 합의했습니다.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통해, 한중 경제가 더 폭넓게 개방되고 풍성한 호혜상생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양국은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등 역내 경제통합을 심화하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충칭을 비롯한 중국 주요 지방 정부와의 실질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한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5개 성과 경제협력 협의체를 운영 중입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중국 33개 성 및 성급시와 640여건의 교류·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양국 기업이 새로운 발전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으겠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양국 기업인 여러분, 저는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펴는 중국의 꿈과 만났습니다. 충칭에서는 그 담대한 꿈의 도약대인 ‘일대일로 구상’의 진면목을 보았습니다.
충칭은 양국 국민의 깊은 인연과 공동의 역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도시입니다. 오늘 포럼이 ‘겹경사’라는 충칭의 이름 유래처럼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경사, 양국 기업발전을 위한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경사, 또한 충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경사가 함께 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참석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과 양국 기업인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특히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