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2017년은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우렁찬 울름소리처럼 일년 내내 시끄러웠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시작으로 촉발된 촛불혁명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불을 밝혔다.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파면으로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이와 관련된 삼성, 롯데 등 재벌 총수도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고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촛불의 여운은 5월 장미대선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1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새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과 일자리 최우선 정책을 내세우며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또한 그동안 우리사회를 좀 먹었던 부조리한 관행, 이른바 적폐를 하나씩 털어내며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새정부의 구상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자리에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구체화됐다. 특히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교수가 취임한 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프렌차이즈 등 기업들의 불공정 갑질행위에 대한 대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또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해치는 단합이나 독과점과 같은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기업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7월 새정부는 또 하나의 카드를 빼들었다. 기업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7%(1060원)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한 것. 임기 중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인건비 상승을 우려한 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세액 공제와 예산 투입 등 재빠른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으며 일부 대기업의 볼멘소리를 잠재웠다. 이뿐 아니라 카드수수료 인하,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 기업보다는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속속 제시하며 서민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10년간 이익 극대화만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던 기업에게 있어서는 재앙의 시작이었다.
11월 정부는 개혁의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걸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던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 등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던 채용비리에 대한 수사와 점검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또한 일부 금융그룹의 제왕적 지배구조 체계도 손질이 시작됐다. 정책 당국자들은 연일 강한 기업들을 압박하는 언행으로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에다가 정부의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기업과 금융사들은 숨통이 조였다. 문재인 정부는 재찍만 들었던 건 아니다. 4차 산업 육성이라는 카드를 출구 전략으로 제시했다.
물론 4차 산업 육성에 대해선 지난 정권에서도 신성장동력, 미래먹거리, 핀테크 등으로 불렸던 해묵은 지원책이란 지적도 있었다. 지난 정권과 다른 점은 일부 대기업에 치중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지원과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 또한 과거 정부보다 관련 산업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그만큼 지원의 과실이 사회 곳곳에 퍼질 수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및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은 최근 투기광풍을 일으킨 가상화폐 규제에서도 볼 수 있다. 정부는 생산적인 부분에 흘러 들어가야 할 자금이 투기로 흐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관련 범죄에 대한 법정최고형 부과 등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다.
이처럼 2017년 한해는 숨 가쁘게 흘러갔다. 연말이 될수록 많은 사건 사고가 많았고 기득권과 산업·금융 자본의 반발도 거세졌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그동안 묵혔던 적폐라는 먼지와 쓰레기들이 조금씩 청소되는 느낌이다. 2017년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붉게 떠오를 무술년(戊戌年)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희망찬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