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동에서 서의 최장거리가 7400킬로미터, 남북은 8500킬로미터다. 총면적은 약 3025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지구 육지 면적의 1/5을 차지하는 이 거대한 대륙은 11억의 인구와 54개의 독립국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의 아프리카 외교는 지난 60~70년대 남북의 외교전에서 본격화됐다. 그리고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한 이래 24년이 지나고 나서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대아프리카 외교는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아프리카 순방을 했지만,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지구상 마지막 자원과 시장의 보고. 이 거대한 대륙을 둘러싸고 전 세계는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우리에게 아프리카란 아직도 머나먼 대륙에 불과하다.
◇ 노무현의 아프리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지난 2006년 3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나이지리아 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의 새 전기가 마련된 순간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3개국을 순방했다. 4반세기만에 이뤄진 아프리카 정상외교에 국제사회도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에서 발표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에는 한국과 아프리카 간의 다방면에 걸쳔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주된 내용은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확대 ▶개발 경험 공유 ▶의료보건 지원 ▶인적자원개발 지원 ▶농림수산업 지원 ▶정보화격차 해소 지원 ▶민관학 협의체인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포럼’ 구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개발 지원 ▶통상 확대 ▶아프리카개발 신 파트너십(NEPAD) 구성 등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서울에서 제1차 한-아프리카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에는 아프리카 5개국 정상과 27개국의 각료급 인사, 언론인, 학자 등 400명이 참석했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의 고위 인사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고, 기니 등의 국가와 수교를 맺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한국은 아프리카 53개국과 국교를 수립하게 된다.
◇ 박근혜의 아프리카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10억 아프리카인들의 평화와 화합, 번영의 염원이 담긴 아프리카연합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2016년 5월 27일 오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아프리카연합(AU) 본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상생의 동반자’ 제하의 특별연설을 위해 연단에 섰다.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모처럼 아프리카로 향했고, 외교부는 한국이 아프리카의 동반자가 될 것이며, 한·아프리카 협력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혔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3개국을 순방했다. 순방 국가와 도시들은 아프리카 대륙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곳들이다. 우선 에티오피아에는 앞서 거론한 것처럼 AU 본부가 위치해있으며, 이곳에선 주변국 사이의 분쟁 해결 등 주요한 의제가 논의된다.
또한 케냐 나이로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와 유엔 나이로비 사무소가 위치해 있었다. 특히 유엔 나이로비 사무소는 동아프리카 전체를 ‘커버’하기 때문에 유엔의 헤드쿼터들은 이곳에 모여 동아프리카의 외교 요충지로 불린다. 동아프리카와 서방세계를 잇는 외교의 장이자 관문으로 나이로비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사실 아프리카 대륙에 ‘노크’하려는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뿐만 아니라 대륙에 실력을 행사하는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아디스아바바와 나이로비행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 한국, 그리고 아프리카
노 전 대통령의 대아프리카 전략은 사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 등과 비교해 매우 늦은 감이 있었다. 서방 국가들은 일찍부터 석유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자원에 주목, 정상간 방문과 개발 원조 확대, 협력 포럼 등에 주력해왔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는 거시적 차원에서 대아프리카 외교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그럼에도 새로운 경제협력 파트너로써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의 실질적인 노력이 이어졌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박 전 대통령는 아프리카와 관련해 유독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코리아 에이드'다. 차량으로 아프리카의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 음식과 보건 및 문화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이 사업은 졸속 추진이란 오명과 비판을 받았다. 훗날 코리아 에이드를 둘러싼 잡음을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사업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울화통을 터뜨렸다. “한국 쌀을 나눠주며 ‘영양개선’이라고 표현했다. 영양개선이란, 연령별로 일일 영양 요소를 섭취토록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쌀을 나눠주는 것을 영양개선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궁휼미가 연상된다. 심지어 현지인들은 우리와는 다른 쌀을 먹는다. 해당 사업 준비가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아프리카는 변하고 있다. 머지않아 빈곤의 이미지를 벗고 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활발한 진출과 교류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춰지리라 예상한다.”
국회 아프리카 새시대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주영 의원의 말이다. 이 말에는 아프리카가 경제 파트너로써 우리 기업의 새로운 시장이자 자원의 확보를 위한 ‘신대륙’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배여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린 아프리카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