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원화강세 등 외부지표가 한국 증시에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내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마저 오르면서 유가에 민감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3일 업계와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0.09달러 상승한 68.40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대비 0.28달러 상승한 74.06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의 경우 지난 2월 62달러대였는데 2개월여 만에 배럴당 10달러 이상이 올랐다. 국내 기준 유가로 적용되는 두바이유는 전일대비 배럴당 0.33달러 하락한 70.42달러에 마감됐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이유는 시리아 내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지 않은 가운데 원유 재고양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재 유가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 2018년 연평균 국제 전망치를 기존 61달러에서 63달러로 상향조정”한다며 “시리아 내전은 중동 내 갈등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국제적 대립 확대, 트럼프의 반 중동 외교정책 심화 등으로 파급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특히 트럼프의 주장대로 미국이 내달 12일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다면 이란 원유생산 차질로 유가 상방 압력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가격에 예민한 정유, 항공업계는 고유가에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처 다변화로 응수를 둔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북미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3월 처음으로 캐나다산 원유를 구매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미국 정유업체 셰브론으로부터 캐나다 콜드 레이크산 원유 30만배럴 구매를 확정했다. 이번에 구매한 원유는 5월 초 사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50만배럴을, GS칼텍스는 480만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다. 관세청과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2016년 300만배럴 수준에서 지난해 1300만배럴대로 4배 이상 늘었다.
이와 함께 비(非)정유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현재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RUC·ODC 프로젝트는 부가가치가 낮은 잔사유를 프로필렌과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 시설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나프타분해시설(NCC) 사업 진출을 검토하면서 석유화학사업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는 유가상승분에 따라 항공권에 유류할증료를 매기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4단계에서 5단계로 한 단계 상승한다. 이에 따라 내달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는 이동 거리에 따라 편도 기준 최고 5만6100원의 유류할증료가 추가로 붙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기조가 여름 휴가철까지 이어질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에 대비해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고효율 차세대항공기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