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을 받는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9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감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지만 이 전 감독은 법정에 나왔다.
이날 이 전 감독은 성추행이 아니라 연기 지도 방법의 하나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감독 측 변호인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피고인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자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의 하나일 뿐”이라며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마이크 없이 발성하기 위한 호흡을 지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직접 작성한 자수서를 제출했다”면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거나 잘못된 게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은 안마를 시키면서 단원을 추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오랜 합숙훈련 중 상당히 피곤해 안마를 한 것”이라면서 “폭행이나 협박으로 인해 갑자기 손을 끌어당겼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감독은 피해자들의 진술에 대부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만큼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한 차례 준비기일을 추가로 열고, 피해자 진술 등에 대한 이 전 감독의 의견을 듣고 정식 재판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준비기일은 오는 25일에 열린다.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한 이 전 감독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지난 2016년 12월까지 여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한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의 상해를 가한 혐의도 받는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