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화두가 된 ‘난민 문제’로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역시 제주도 예멘 난민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무역문제, 안보·국방 협력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정상회의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난민문제에 대한 자국 입장 수용을 요구하며 서명을 거부해 선언문 채택이 불발됐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다른 EU 회원국들이 이탈리아로 집중되는 난민문제 처리 비용과 부담을 공동분담할 것을 주장했다. 콘테 총리는 지난 24일에도 EU 16개국 정상들이 참가한 난민 관련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은 곧 유럽에 도착한 것”이라며 “우리는 책임과 연대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탈리아는 EU 역내에 들어온 난민들은 제일 처음 도착한 나라에서 망명을 신청해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함께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국가다.
현재 유럽은 난민 문제에 대해 3개 진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독일은 난민들의 ‘2차 이동’을 막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난민들이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통해 유럽 땅을 밟아도 최종 목적지는 유럽 최대 부국 독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독일과 인접한 오스트리아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의 2차 이동 방지 구상에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반발하고 있다. 콘테 총리는 “가장 심각한 건 1차 이동인데 이것에 대한 해결 없이 2차 이동을 논의할 수는 없다”며 “난민이 도착한 첫 국가가 해당 난민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EU 국가가 난민 수용의 책임을 나누고, 이를 거부하면 EU 펀드를 지원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 제안은 동유럽 국가들이 극구 반대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EU가 회원국들에 난민 수용의 책임과 연대를 강요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상태다. 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 4개국(V4)’ 정상들은 회의 참석을 보이콧했다.
한국 역시 난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 549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치안 문제 등으로 수용을 반대하는 측과 인도주의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찬성 측이 맞서고 있다. 국내에서 난민 문제가 이토록 공론화돼 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난민을 둘러싼 유언비어들이 돌기도 하고, 정치인과 유명인 등이 인도주의를 내세워 난민 수용을 유도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결국에는 정부 차원의 명확하고 균형 잡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에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들과 그들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시행된 밀입국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이 강한 반대에 부딪치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