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진보의 이면에 디지털성폭력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존재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강상현 위원장은 5일 열린 ‘디지털성폭력의 효율적 규제방안과 국제 협력’이라는 주제로 국제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날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쉽게 동영상, 사진 등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적인 영상을 찍는 것에 대해 거리낌 없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을 악용해 디지털성폭력을 저지르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디지털성폭력의 실태 및 규제 등을 살펴보고, 실용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면서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각국 현안과 법 제도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심위 주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는 강상현 위원장을 비롯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의 경우 한 번이라도 유포되면 급속히 확산되기 때문에 사전 방지가 필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효성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디지털성폭력은) 피해 당사자에게 형용할 수 없는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남긴다”며 “최근 불거진 웹하드 카르텔 관련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인터넷 이용자의 윤리의식,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방통위는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도움되는 세심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진선미 장관은 “어마어마한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이 사회에 존재한다”며 “반드시 해당 문제를 해결해서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안심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운영했던 최 위원장이 기조연설로 나서 올해를 인권사적으로 대전환의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 폭로’, 지난 5월 ‘홍익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사건’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 폭행, 엽기 행각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올해 거세게 일어난 미투 운동은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와 문화를 바꾸자는 개혁의 요구”라며 “그러나 여전히 몰래카메라에 대한 불안감으로 살아가는 와중에 웹하드 사이트에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유통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1심 양형으로는 벌금형 71.97%, 집행유예 14.67%, 선고유예 7.46%, 징역형 5.32%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벌금형의 경우 300만원 이하를 선고 받은 사례가 80%에 달한다.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또 “음란물 유통의 중심지였던 ‘소라넷’ 폐쇄 이후에도 개인음란물 유포와 사회적으로 ‘리벤지 포르노’라고 불리는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하다”면서 “피해자들은 온라인상에 영상물이 유포되고 있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속한 삭제를 위한 정부 차원의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끝으로 최 위원장은 “온라인 성폭력은 급속한 확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전예방이 핵심”이라며 “국민들의 인식 제고와 교육, 캠페인 등 온라인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