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본인이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해 물었다. 어떤 대답이든 술술 대답하던 그가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말을 뱉으려고 입술이 움직이는 듯 했지만 결국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온 그의 대답. “열심히 하는 것… 아닐까요?”
지난 11일 서울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겸 배우 도경수는 그의 말처럼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올해만 해도 그룹 엑소로 국내외 앨범, 콘서트 투어 활동을 하며 영화 ‘스윙키즈’와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을 찍었다. ‘스윙키즈’를 위해 5개월 간 탭 댄스 연습을 하기도 했다. 틈틈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취미인 요리를 했다. 내년 1월 드디어 데뷔 7년 만에 6일 휴가를 얻었다고 좋아하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저 열심히만 하는 건 아니었다. 도경수는 최근 가장 주목 받는 20대 남자 배우 중 하나다. 첫 드라마 주연을 맡은 ‘백일의 낭군님’은 마지막회 14.4%(전국 유료가구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고, ‘스윙키즈’에서도 첫 단독 주연으로 나섰다. 그는 부담을 떨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 공부했다. 과거 사진을 보고 당연하다는 듯 삭발도 했다.
“첫 단독 주연이 부담됐지만 감독님이 잘 도와주셨어요. 영화 속 배경이 되는 1951년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는데 감독님이 자료를 많이 준비해주셔서 도움이 됐어요. 포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얼굴을 가리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당시엔 이랬구나 하고 공감했죠. 펑퍼짐하게 교복을 입고 모자를 삐딱하게 쓴 사진을 보고 로기수와 가장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당시 사진엔 다들 삭발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저도 (삭발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또 로기수의 춤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려고 가장 노력했어요. 로기수의 성격이 호기롭고 밝고 남자답고 말썽꾸러기 같고 골목대장 같고 그래요. 제 안에도 그런 모습들을 극대화시켜서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스윙키즈’는 한국전쟁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탭 댄스 공연을 펼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도경수를 비롯해 배우 박혜수, 오정세, 김민호까지 한국 네 명의 배우가 능숙한 탭 댄스를 구사하기 위해 5개월 동안 땀 흘리며 연습한 결과가 영화에 담겼다. 실제 미국에서 브로드웨이 탭 댄서로 활동 중인 자레드 그라임스가 함께 연기하면서 이들을 돕기도 했다. 도경수는 처음 배울 땐 탭 댄스의 매력에 빠져 잠 들기 전까지도 그날 배운 리듬과 루틴을 떠올렸다고 했다.
“탭 댄스는 춤이라기보다 하나의 악기를 배우는 느낌이었어요. 손으로 드럼을 치듯이 발로 드럼을 치는 느낌이었죠. 다른 춤은 음악을 틀어놓고 내가 거기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하잖아요. 하지만 탭댄스는 음악 없이 나만의 리듬으로 강약을 조절하고 발로 드럼을 칠 수 있어요. 그게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힘들었던 점은 다섯 개의 소리를 내야 하는데 소리가 서너 개밖에 안 날 때가 있어요. 그렇게 빈 소리를 채우려고 가장 노력을 많이 했죠. 다행히 자레드 그라임스씨가 포인트를 많이 짚어주셨어요. 체중을 가운데 말고 왼쪽으로 두면 소리내기 쉬울 거라고 해서 해봤더니 정말 잘 나더라고요.”
누군가는 그를 배우 도경수로, 다른 누군가는 그를 엑소 디오로 기억한다.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엑소 멤버인 동시에 배우로서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영화 ‘카트’로 연기를 시작할 첫 기회를 잡았던 도경수는 자신에게 연기가 어떤 의미인지 털어놨다.
“사실 어릴 때부터 가수를 하고 싶다는 것보다 엔터테인먼트 쪽 일을 하고 싶었어요. 먼저 기회가 온 게 가수였고 가수로 데뷔하게 됐죠. 소속사에 얘기한 적은 없지만 항상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영화 ‘카트’에 출연할 기회가 저에게 우연히 왔죠. 소속사 이사님이 저한테 어떻겠냐고 제의하셨을 때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고 시나리오도 처음 읽어보게 됐어요. 해보니까 연기가 주는 희열이 있더라고요. 전 제 안에 검은 동그라미가 있는데 거기 수많은 감정의 띠들이 묶여있다고 생각해요. 무의식 안에 있지만 제가 지금까지 표출하지 못한 감정들인 거죠. 평소 눈물이 많이 없는데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 형을 보고 연기하는데 ‘울컥’이란 단어의 끈이 싹둑 잘린 느낌이 들었어요. 그럴 때 굉장히 큰 쾌감을 느껴요.”
도경수 스스로도 스케줄이 많아서 힘들다고 느낀다. 하지만 개인 휴가도 반납하고 연기를 계속 할 정도로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이 크다. ‘스윙키즈’를 비롯해 하나씩 도전하는 것들이 그에게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스케줄이 많아서 힘들기도 하지만 전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해요. 가수로서는 무대에서 관객 여러분에게 받는 에너지가 크고, 연기하면서는 평소에 할 수 없는 감정표현을 하고 뭔가를 배우면서 쾌감을 얻죠. ‘스윙키즈’에서도 탭 댄스라는 걸 제가 얻었잖아요. 쉬는 시간도 있긴 해요. 잠도 잘 자고 요리도 하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위안합니다. 2018년은 도전 정신으로 꽉 채운 해예요. 저는 너무 행복하게 잘 했다고 생각해요. 행복한 결과도 많았고 그 덕분에 더 힘을 얻어서 열심히 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잘 조절하면서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