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터뷰다. 배우 박혜수는 2014년 SBS ‘용팔이’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 언론 인터뷰로 기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어색한 느낌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또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히려 능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를 통해 박혜수를 처음 만나는 관객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4개 국어에 능통한 양판래 역으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둔 박혜수는 영화 주연은 처음이라며 영화를 두 번째 볼 때까지도 ‘숨은 판래 찾기’를 했다고 했다. 양판래가 만화적인 설정을 가진 인물이지만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처음엔 양판래가 정말 매력적이지만 제가 혹시 잘못 표현하면 만화적으로 보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실을 배경으로 이념과 메시지 담고 있는 영화니까 인물이 만화적으로 표현되는 건 싫었죠. 그래서 인물의 과거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었어요. 20대 여자로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건 어땠을까 싶었죠. 마침 외할머니가 극 중 판래와 1살 차이셔서 구체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또 영화 중간에 판래의 집이 잠깐 나오는데 벽에 세계 지도가 걸려있고 그 밑에 책이 꽂혀있어요. 그걸 보고 판래가 전쟁이 아니었으면 똑똑해서 무언가라도 됐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쟁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족들 생각만 하게 된 거죠. 할머니가 시사회에 와서 영화를 보시고 많이 좋아하셨어요. 그게 제겐 큰 칭찬 같았죠.”
박혜수는 ‘용팔이’, SBS ‘사임당-빛의 일기’, JTBC ‘청춘시대’ 등 주로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스윙키즈’처럼 준비할 시간이 많았던 건 처음이었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춤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와 언어로 뉘앙스를 살리는 연기도 미리 준비한 것의 결과물이다.
“‘스윙키즈’가 춤을 다루는 영화라 안무 연습할 시간이 많았어요. 5~6개월 정도 연습했죠. 그 동안 판래의 다른 부분을 준비할 여유가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자료조사도 많이 하면서 인물에 대한 층을 두텁게 쌓을 수 있었죠. 단순히 춤만 추는 게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영화 ‘빌리 엘리어트’, ‘백야’를 보기도 했고요. 극 중 판래가 영어, 중국어, 한국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쓰는 장면이 있어요. 전 그게 어떤 언어인지 모르고 한 언어처럼 흘러가면 재밌을 것 같아서 대사를 한 호흡에 뱉으려고 연습했어요. 또 판래가 잭슨과 대화 나눌 때도 추임새처럼 왔다 갔다 하면 관객들이 더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이젠 캐릭터 해석도 능숙해졌고 촬영장에서 어떤 자세로 임하면 되는지도 알게 됐다. 하지만 박혜수가 처음부터 준비된 배우는 아니었다. SBS ‘K팝스타 시즌4’를 통해 가수의 꿈을 꿨지만 현재 소속사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회사에서 권유해주셔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 때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어요. 연기는 글과 감정을 제 자신을 드러내서 표현하는 거잖아요. 제 전공이 국문과이기도 하고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 모든 게 다 조금씩 녹아있더라고요. 재밌을 것 같아서 용감하게 도전했죠.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연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정말 노력도 많이 하고 고민도 해야 했어요. 선배들은 얘기하면 제 살을 깎는 직업 같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어려운 건지 몰랐죠. 지금은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해요.”
얼떨결에 시작한 연기지만 지금은 박혜수에게 소중한 것이 됐다. 촬영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면서도 연기 생각을 잊지 않는다. 길 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친구들의 독특한 면들을 보며 다음에 꼭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자신감도 ‘스윙키즈’를 통해 많이 얻었다.
“항상 현장에서의 자신감이 정말 없었어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가도 자신감이 없어서 꺼내지도 못하고 돌아올 때도 있었죠. 하지만 이번엔 준비 기간이 길었고 제 스스로 확신이 쌓여서 자신감이 있었어요. 덕분에 현장에서 마음껏 펼친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1번 목표예요. 또 제 팬 카페에서 어린 팬 분들이 저를 생각해주는 걸 보면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주 천천히라도 좋아지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