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찬반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방송업계의 인수합병(M&A)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6월 도입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의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을 넘길 수 없다는 규정이다. 사실상 KT스카이라이프를 보유한 KT를 견제하기 위해 생겨났다. 도입 당시 3년 일몰을 조건으로 국회 통과돼, 지난 6월27일 일몰됐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일몰 전후로 공식적인 논의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으면 방치됐다. 3년 동안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명목하에 도입된 규정이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폐기된 것이다.
이에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달 27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일몰된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과거 케이블 권역 폐지 등 M&A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입장이 분명한 정부와 달리 국회와 방송업계 등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여·야는 물론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대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에 규정 재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과방위는 공청회 등을 열고 의견 및 여론을 수렴한 뒤 내년 1월 합산규제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방송업계는 M&A 관련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미묘한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IPTV에서는 KT(20.67%), SK브로드밴드(13.97%), LG유플러스(11.41%) 순이며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는 10.1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케이블의 경우 CJ헬로(13.02%)를 필두로 티브로드(9.86%), 딜라이브(6.45%), CMB(4.85%), 현대HCN(4.16%)가 뒤를 잇는다.
딜라이브 인수설이 거론되는 KT는 당연히 합산규제를 반대한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KT계열이 3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해당 규정이 재도입되면 인수 시도는 무산된다.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당장은 찬성하지만, 장기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단 KT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고, 최대한 점유율을 대등하게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현재 두 기업은 케이블 업계 1위인 CJ헬로를 인수하더라도 33%를 넘지 않는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설이 돌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과거 CJ헬로와의 M&A 직전에 무산된 적이 있어 조심스럽게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기존에 강경했던 케이블 업계는 시장 분위기가 변하면서 눈치싸움을 펼치는 모양새다. 딜라이브는 KT는 물론 CJ헬로까지 실사에 들어가면서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합산규제 재도입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IPTV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에서는 합산규제가 필요하지만, 시장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기에 강하게 반대는 못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가 부활한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KT가 독과점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