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전쟁이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관련 시장을 점령한 넷플릭스에 디즈니와 애플 등이 도전장을 냈고 국내 사업자들도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세계 가입자 규모는 1억3710만명이다. 국내에서는 9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배 정도 올랐다. 여기에 LG유플러스가 자사 IPTV에 넷플릭스를 탑재하면서 앞으로 가입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첫 오리지널(자체제작) 드라마 ‘킹덤’이 이달 중 첫 선을 보인다. 이외에도 다양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한국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2017년 8월 넷플릭스에 대해 콘텐트 공급을 중단하고 2019년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디즈니는 미국 대표 방송사 ABC, 스포츠전문채널 ESPN, ‘어벤저스’를 만드는 마블스튜디오, 애니메이션제작업체 픽사 등을 보유한 콘텐츠업계의 1인자다. 디즈니가 OTT 시장에 뛰어들면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디즈니 뿐만 아니라 애플, AT&T 등 글로벌 기업들이 OTT 시장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셔널지오그래픽, 빌보드, 뉴스위크 등 200개의 유력 잡지를 볼 수 있는 서비스 ‘텍스처’를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 2위 통신 사업자인 AT&T 역시 기존에 보유한 HBO, CNN, 카툰 네트워크 등에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 등을 공급한 타임워너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들 기업이 OTT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 단숨에 넷플릭스를 넘어서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으이란 관측이 나온다. 디즈니처럼 콘텐츠 보유자가 넷플릭스에 공급을 중단할 경우 넷플릭스 자체 경쟁력이 떨어지는 때문이다. 시장 리더 기업인만큼 여러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국내에서는 지난 3일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의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와 지상파 3사 OTT ‘푹’의 통합을 알렸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박정한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 2019’ 현장에서 “K팝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해 자본이 투하돼야 한다”며 “플랫폼을 제대로 준비해 자본이 콘텐츠에 녹아들면 콘텐츠 대국이 되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구글과 협력해 ‘K팝 3D 콘텐츠’와 ‘VR 스트리밍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독점계약을 맺은 것도 OTT 시장에 발을 들이겠다는 포석이었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의 지위가 워낙 확고하고,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관련 규제까지 외국 기업에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 방송시장 관계자는 “넷플릭스도 벅찬데 디즈니까지 들어온다니 걱정이 많다”며 “우선적으로 관련 규제를 풀고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