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손흥민 투입을 강행한 벤투 감독의 결정엔 의구심이 남는다.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UAE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 선발 출전해 88분을 소화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의 중국전 출전 여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상대인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 축구팬들도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초 손흥민의 중국전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점쳐졌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20일 아스널과의 카라바오컵(리그컵)을 시작으로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전까지 1개월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8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맨유전이 끝난 뒤엔 6시간 비행 뒤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간의 강행군으로 체력 부담이 컸던 만큼 벤투 감독도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기어이 손흥민을 중국전 선발로 내세웠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중국에 밀려 조 2위에 자리했다.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면 토너먼트 일정이 수월하고, 이동 거리도 적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필승이 요구됐다.
게다가 한국은 앞선 2경기에서 약팀을 상대로 진땀승을 거뒀기 때문에 대승을 통해 분위기 상승을 꾀할 필요가 있었다. 손흥민을 투입해 확실하게 승리를 챙기겠다는 벤투 감독의 의중이 엿보였다.
벤투 감독의 바람대로 손흥민 투입 효과는 확실했다.
손흥민은 전반 14분 문전 돌파 과정에서 페널티킥(PK)을 유도해 한국의 선제골을 견인했다. 후반 5분에는 절묘한 코너킥으로 한국의 추가골을 도왔다.
하지만 2-0으로 점수가 벌어졌음에도 벤투 감독은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하지 않았다.
첫 번째, 두 번째 교체카드는 황의조와 이청용을 위해 사용됐다. 손흥민은 후반 43분에야 구자철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9월과 10월에 열린 평가전에서도 손흥민에게 연이어 풀타임을 소화시켜 논란이 됐다. 파나마전이 끝난 뒤 손흥민이 체력 부담을 호소할 정도였다.
그 여파로 손흥민은 올 시즌 초반 리그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기도 했다.
한국은 59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흥민이 자칫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토너먼트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팀의 주축 선수인 손흥민의 체력 관리에 소홀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