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새해 첫 회의부터 노동계와 경영계가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이날 회의는 점심 무렵까지 계속했으나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최저임금위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서울 광화문 에스타워에서 2019년도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는 최저임금위 위원 27명 가운데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8명, 공익위원 8명 등 25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노동계가 최저임금위 차원의 논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사용자위원인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을 10.9% 인상한 작년 최저임금위 결정을 거론하고 “류장수 위원장이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동반 사퇴도 좋다. 더 말하면 욕이 나올 것 같아 (발언을) 삼가겠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박 회장은 류 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와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으나 “지금이 악수할 상황이냐”면서 반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정작 회의에서는 노동계가 아니라 경영계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류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악수를 청했으나 박복규 회장 등은 “지금이 악수할 상황이냐”며 손을 뿌리쳤다. 당초 예정됐던 개회시간(오전 10시)까지 입장하지 않은 노동계를 향한 성토도 나왔다. 정용주 경기도 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매번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을 기다리게 하느냐. (근로자위원들은) 예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발언에 나선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도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정부가 개편을 추진하는데 최저임금위에서 결정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한다는 게 과연 맞는가”라며 “경제 상황이 어렵게 된 부분에 대해 위원 모두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대표를 나선 이성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충분하게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한 이후 (개편 등을) 해야 하는데 노동계와 최저임금위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로 폐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백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총장도 “정부 발표 내용은 절차상, 내용상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최저임금위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최저임금위 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정부가 개편을 추진하는데 여기서 결정체계를 논의하는 게 맞는가”라고 맞섰다.
최저임금위는 원회의를 종료한 후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재논의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