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강요 등을 폭로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장자연 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 씨의 폭로에 파문이 일고 있다.
윤 씨는 7일 오후 ‘KBS’ 스튜디오에 출연해 장 씨가 성추행 당하던 순간을 증언했다.
그는 “장 씨와 동료 배우 관계였다. 소속사를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며 장 씨와 자신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장 씨가 남긴 문건을 보게 된 경위에 대해서 “대표님께서 ‘자연이가 너희에게 쓴 말이었다. 네가 와서 확인을 해야 한다’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 자리에 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이름들이 쭉 나열된 한 장이 넘는 리스트가 있었고 고인이 된 언니가 심적으로 겪어야만 했던 고통을 토로한 문건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건 중 ‘조선일보 사장의 이름도 있었습니까’라는 앵커 질문에 “저는 현재 어떠한 신변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태여서 말씀을 섣불리 드릴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씨는 장 씨가 성추행을 당하던 상황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가해자를 본 것도 그 날이 처음이었고 저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뚜렷하고 명확하게 기억을 할 수 있었다”며 “언니가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것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테이블에 올라간 언니를 누구도 만류하지 않았다”면서 “강압적으로 언니를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고 성추행까지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윤 씨는 당시 경찰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수사가 이뤄지는 시간 자체도 굉장히 늦은 저녁 밤이었고 질문 또한 본질적인 질문, 핵심적인 질문 요지가 아닌 전혀 관련되지 않은 여러 가지 질문이 오가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 씨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재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사건을 재조명해주신 23만5796명의 국민청원을 해주신 분들과 지금까지도 이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씨는 2009년 3월7일 성접대 강요 등을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경찰은 문건에 등장한 20여 명 중 소속사 대표 등 7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 둘에 불과했다. 이들에게도 성접대와는 관련 없는 폭행 등의 혐의만 적용됐다.
조사 결과 부실 수사 의혹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이 장 씨 사망 1주일 뒤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했지만 그의 옷 방과 핸드백은 수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과정에서 장 씨 휴대전화 3대의 통화기록 원본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 핵심 증거들이 사라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조사단은 장씨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의심받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에를 지난해 말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