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BJ 해볼까?”… 쿡기자의 스트리밍 체험기

“나도 BJ 해볼까?”… 쿡기자의 스트리밍 체험기

기사승인 2019-03-14 07:00:00

쿡기자에겐 오랜 취미가 있다. 퇴근 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게임 방송을 보는 것이다. 프로게이머 출신 BJ(Broadcasting jockey)가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어느새 취침 시간이 성큼 다가와 있다. 

스트리밍(Streaming)은 1인 미디어 시대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스트리머, 국내에서 흔히 BJ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일상과 취미 등을 실시간으로 타인과 공유한다. 소통이 자유로워, 성공한 BJ는 대중 미디어 스타 못지않은 부와 인기를 누린다. 

이에 상업 미디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스타들도 하나둘씩 1인 미디어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미국 프로야구, 농구 스타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와 폴 조지(오클라호마시티)는 에픽게임즈가 제작한 3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플랫폼을 통해 중계한다.

국내에서는 가수 홍진영이 게임 및 소통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호흡하고 있다. 이밖에도 가수 지오(전 엠블랙), 배우 강은비 등이 연예계를 떠나 1인 미디어 플랫폼에 정착했다.

스트리밍 열풍에 쿡기자의 마음도 흔들렸다. 그간 BJ 도전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자신감도 있었다. 게임은 크게 잘하지 못해도 ‘말빨’ 하나는 좋다고 인정받은 쿡기자다.

결국 팀 회의 때 “BJ 도전”을 외쳤다. 취재를 핑계로 스트리밍에 발 한 번 담가보겠노라 각오했다. 이벤트성으로 방송을 켜면 ‘얼굴 공개’에 따른 부담도 없을 것이라 여겼다.

취재 방향이 결정된 뒤엔 콘텐츠 고민보다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데 바빴다. 첫 방송부터 ‘별풍선(사이버머니)’을 쓸어 담은 뒤 BJ로 전직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 캠-마이크-조명? 오픈스튜디오면 해결

스트리밍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물 마련부터 고민했다. 컴퓨터 사양은 방송을 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갖가지 방송 장비 없이는 질 높은 스트리밍을 기대할 수 없었다. 

방송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다. 방송용 캠은 최저 4만원에, 마이크는 최저 2만원에 가격이 형성돼있었다. 피부톤 등을 보정해 줄 방송용 조명은 최저가가 5만원이었다. 

일일 BJ 체험인데 이것들을 모두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 방법을 고민하다가 ‘아프리카 TV 오픈스튜디오’에서 ‘BJ룸’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했다.

사무실과 제일 가까운 홍대점에 전화를 걸어 대여료를 문의했다. 놀랍게도 무료로, 총 3시간 동안 방을 빌릴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왓다. 곧바로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진행했다. 

오후 3시와 7시에는 이미 예약자가 있어 1시로 스케줄을 잡았다.

# 게임 방송도 쉽지 않네…

12일 오픈 스튜디오를 찾았다. 까다로운 방송 세팅은 스튜디오 내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완료했다. 조명까지 키고 모니터 앞에 앉자 괜스레 긴장이 됐다. 화면을 통해 보는 쿡기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익숙지 않았다. 그저 일일 체험인데도 설렘보단 걱정과 부담이 앞섰다.

우선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 게임 방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카테고리 및 태그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등으로 설정하고 방제(방송 제목)는 ‘인턴기자의 방송도전기(잘리지 않겠지)'로 정했다. 이후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른 뒤 화면이 제대로 송출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자들이 유입됐다. 총 5명. ID를 보니 대부분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인들이었다. “화면에 그저 빛 밖에 안보이네요”, “글도 잘 써, 게임도 잘해, 못하는 게 뭐죠?” 등 지인들의 응원 메시지를 받자 다소 긴장이 풀렸다.

lol에 접속해 게임을 진행했다. 여유롭게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게임과 방송을 함께 진행하다보니 시청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힘들었다. 꾸준히 말을 하면서 게임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연스레 게임 유저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반면 게임에 집중했더니 채팅창 관리에 애를 먹었다. 일정 시간 한 눈을 팔면 “소통해주세요”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게임 화면을 보느라, 또 채팅창을 보느라 숨 돌릴 새가 없었다.

그러던 중 별풍선이 터졌다. 5개, 500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몸이 반응했다. 그간 여러 인터넷 방송에서 보아온 대로 ‘리액션’을 펼쳤다. 리액션이 만족스러웠던지 시청자가 별풍선 5개를 추가로 선물했다. 춤을 출까도 생각했지만 차마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 콘텐츠 없는 토크 방송, BJ 입문자에겐 ‘독’

2부는 토크 방송으로 꾸려나가기로 했다. 최근 BJ 사이에서 핫한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했다. 

시청자가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 게임 방송과 인원수에 큰 차이는 없었다. 5명에서 7명 내외의 시청자들이 방송을 도왔다. 이 중 친분이 없는 시청자는 서너 명 정도였다.

게임 방송과 달리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흥미도였다. 이상형 월드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재미없다”며 다른 콘텐츠를 진행하라는 이들이 나왔다.

준비성 부족도 발목을 잡았다.

이상형 월드컵을 끝내고 나니 방송을 이끌어 갈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요청했지만 시청자가 적어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시청자들의 방송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의식의 흐름대로 쉴 새 없이 입을 놀렸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시청자 수가 줄어들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 시청자가 격려의 의미로 별풍선 10개를 선물했다. 감사 인사를 전하자 “다른 리액션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반주로 춤을 췄다. 망가진 쿡기자의 모습에 그제야 채팅창의 ‘민심’이 상승했다.

BJ룸 대여 마감 시간이 촉박해 시청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특히 몇 되지 않았던 친분 없는 순수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심심해서 봤는데 재미있었다”, “잘 놀다 간다”는 그들의 말에 쿡기자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방송이 끝난 뒤 이날 받은 별풍선을 집계했다. 모두 160개(9600원 상당). 이 중 동료 쿡기자가 쏜 100개를 제외하면 받은 별풍선은 60개(3600원)에 불과했다. 최저시급도 안 되는 금액. 이마저도 규정 상(500개 이하) 환전이 불가했다. 


# 편집 기술 필요 없는 BJ,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대학생 신분의 BJ MC 재리(26)는 오픈스튜디오 홍대점의 단골 손님이다. 이날도 BJ룸을 찾은 그는 마이크를 따로 사야하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부담이 된다”며 오픈스튜디오를 찾은 지 4달 됐다. 이제는 매니저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방송 진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미약하지만 4달 전보다 시청자가 늘었다. 그의 방송을 즐겨찾는 애청자도 생겼다. 

BJ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MC 재리는 “나도 처음이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들은 부담없이 오픈스튜디오에서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다. 나도 당분간 이곳에서 방송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김찬홍 인턴기자 kch0949@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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