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산증인 허구연(68) 해설위원이 프로야구를 향한 쓴 소리를 내뱉었다.
허 위원은 최근 히스토리 채널의 ‘히스토리 오브 베이스볼’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37년사에서 잊히지 않을 명장면들을 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전달한다.
15일 서울가든호텔에서 만난 허 위원은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돔구장, 류현진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땐 한가득 웃음을 짓다가도 프로야구의 인기, 질적 수준에 대한 질의가 나올 때 사뭇 진지하게 야구계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허 위원은 “선수들이 아마추어 때부터 기본기가 갖춰져서 올라와야 프로가 돼 꽃을 피우는데 최근 어린 선수가 늘어났지만, 그에 맞는 질적인 성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압도할 만한 투수들이 다 줄어들었다.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된다”며 “우리나라 리틀야구는 모두 경식구(하드볼)로 경기를 한다. 그런데 일본은 고무공으로 훈련하고 마운드의 거리도 나이에 따라 조절한다. 우리 환경에서는 좋은 투수가 나오기 힘들다. 프로에 오면 80% 정도는 어깨 수술을 한다. 대형 투수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우려했다.
인기에 도취된 프로야구를 향한 따끔한 지적도 이어졌다.
허 위원은 “현재 야구계가 인기에 도취해 있는 것 같다. 프로야구가 1982년 처음 출범할 때 반신반의 수준이 아니라 다들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고 봤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선수나 구단, 지자체 모두 동반 성장을 못한 것 같다. 야구팬들의 수준만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불미스러운 사건과 사고가 많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위기감과 경쟁심을 가져야 한다. e스포츠가 젊은 층들에게서 인기다. 프로야구가 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이 강조한 것은 ‘야구 역사 알기’였다.
그는 “프로야구 초창기엔 아무리 잘해도 연봉 상한선이 25%에 머물렀다. 동기부여가 되겠나. 해외도 못 나가가고 FA(자유계약선수)도 없었다. 지금은 100억을 받는 인기 좋은 시대 아닌가. 젊은 선수들이 그 때 당시의 분위기, 환경 등을 알아야 한다. 왜 우리가 프로야구를 하고 있는지,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히스토리 오브 베이스볼’은 오는 19일 오후 10시부터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