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속 세하(신하균)는 지체장애자다. 어린 시절 목을 다쳐 목 아래가 전부 마비된 세하는 자신의 손발이 되어주는 동구(이광수)가 없으면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 대신 지적장애자인 동구를 세하는 여러모로 챙겨준다. 사람들에게 자칫하면 이용당할 수 있는 동구의 머리가 되어주는 세하. 세하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거칠고 때로는 약아빠질 수밖에 없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세하 또한 신체적으로 불편할 뿐 우리와 다르지 않다”며 편견을 불식시켰다.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는 거였어요. 장애를 다루긴 하지만 세하와 동구는 장애를 극복하려 하거나, 새로운 능력을 익히거나 하지 않아요. 다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서로 채워주며 함께 살아가죠. 실존 인물들을 모티브로 하긴 했지만 전혀 새로운 인물로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노력했어요. 딱 한 가지 조심했던 건, 절대 두 사람을 희화화시키면 안 된다는 거예요. 영화가 다소 옛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저희의 감정은 전달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죠.”
신하균이 신체적으로 불편을 겪는 역할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청각장애자 류 역을 맡은 바 있다. 그 외에도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인물들을 여럿 연기했다. 신하균은 그 이유에 관해 “완벽하거나 풍족한 인물에는 시선이 안 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처음 보는 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하는 거예요.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소재를 얼마나 새롭고 재미나게 풀어냈나 하는 것이죠. 그 다음이 캐릭터예요. 제가 연기해야 할 인물에 관해선 부족하고 소외된 인물에 더 관심이 가는 듯 해요. 완벽한 인물보다는 제가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어딘가 메꿔져야 하는 인물이 좋아요. ‘나의 특별한 형제’도 쉽게 표현하자면 부족한 사람들끼리 서로 메꿔 가면서 즐겁게 살자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제게 더 와닿은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그가 영화를 계속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그가 연기를, 영화를 계속 하는 이유는 공동체 작업이기 때문이다. 신하균은 자신이 어떤 연기를 하든, 당초 시나리오를 보며 스스로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물을 항상 마주한다고 털어놨다. 결과물이 잘 나오든, 잘 나오지 못하든 그가 예상했던 것과 완벽히 같은 결과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영화라는 건 한 장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져가려다 보면 사람들이 협업을 잘 해야 좋은 물건이 나올 수 있어요. 물론 결과는 모르는 거라, 꼭 좋은 물건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죠. 그건 모르는 거예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항상 더 풍성하게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과 기대감을 가지곤 하는데, 안 되면 제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되면 같이 영화를 한 스태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특별한 형제’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안 되면 왜 제 탓이냐고요? 제가 혼자 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없지는 않거든요. 모든 준비가 끝나고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할 때부터는 제가 다 해야 해요. 막힐 때도 있죠. 하지만 말도 안되는 연기를 하진 않아요. 제가 생각한 감정보다 덜 나올 때도 있고, 몰입해서 과하게 나올 때도 있는 그 정도랄까요. 물론 카메라가 돌아가면서도 상대 배우에게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면 저는 상상도 못한 어떤 감정을 상대방이 뽑아내서, 저도 모르게 다른 리액션이 나올 때요. 그럴 때면 짜릿해요. 그러니 항상 눈과 귀를 열고 접근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정해놓은 연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다음달 1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