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미성년' 김윤석 "찜찜한 엔딩? 내가 관객에게 가한 고문일 수도"

[시시콜콜] '미성년' 김윤석 "찜찜한 엔딩? 내가 관객에게 가한 고문일 수도"

'미성년' 김윤석 "찜찜한 엔딩? 내가 관객에게 가한 고문일 수도"

기사승인 2019-04-23 12:07:00

<경고 : 아래 리뷰는 ‘미성년’의 중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영화 감상 후 리뷰를 읽기 바랍니다.>

★ 편집자 주 = '시시콜콜'은 쿠키뉴스가 인터뷰 중 만난 스타들의 일상 생활이나 관심사, 혹은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등을 다루는 사소한 인터뷰 코너입니다.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에서 관객들을 가장 충격으로 빠트리는 건 바로 엔딩이다. 죽은 아이의 유해를 태운 뼛가루를 초코우유와 딸기우유에 타 마시는 두 여고생. 단순히 ‘아이를 기억하기 위한 행위’라기에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엔딩을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감독을 맡은 김윤석에게 물었더니, “제가 얘기하면 의도를 강요하는 것 같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가 의도한 바가 무엇이든 간에, 작품을 본 관객이 생각하는 해석은 다 자유예요. 그렇다 보니 제가 만든 의도는 되도록이면 이야기 안 하고 싶지만, 그래도 궁금해하는 분들은 정말 많긴 하더라고요. 저는 그 결말을 한 30번정도 고쳤어요. 어마어마하게 고쳐보고, 바꿔보고 한 후에 지금의 엔딩을 선보이게 됐는데, 가장 쉬운 해석은 아무래도 ‘너를 잊지 않겠다’는 거겠죠.”

그의 말대로 ‘미성년’의 엔딩에 관해 가장 주류를 이루는 해석은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세상을 채 살아보지 못한 아기를 잊지 않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김윤석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기에게 ‘너는 우리 속에서 함께 자라자’는 의미도 있을 수 있고, 어른들을 향해 주리와 윤아가 ‘너희들이 한 짓을 잊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계기일 수도 있죠. 어떤 식으로든 어른들이 한 짓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쳐요. ‘미성년’ 속에서 못난이(아기)의 얼굴을 본 사람은 주리와 윤아 뿐이에요. 세 명의 어른은 아기의 얼굴을 아예 안 봤죠. 외면해버렸잖아요. 자기들이 힘드니까 외면했는데, 정당성을 부여받진 못했어요.”

“못난이와 주리, 윤아가 어떤 방식으로 교감했을지는 몰라도, 세 명의 어른들은 못난이의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어요. 관객들은 엔딩에서, 주리와 윤아가 우유에 못난이의 뼛가루를 타 마시는 모습을 불편하게 지켜볼지언정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입장이잖아요? 스크린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관객들은 그 순간 세 명의 어른이 되는 거예요. 자기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행위를 아이들이 벌이지만, 세 명의 어른은 아이들에게 뭐라 할 자격이 없어요. 외면하고 회피했으니까요.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아무 말도 못 해요. 간섭도 할 수 없고요.”

마지막으로, 김윤석은 ‘미성년’의 엔딩에 관해 "관객에게 내가 일부러 가한 고문일수도 있다"며 웃었다.

“충고나 잘난척은 아니지만, 관객에게 넌지시 한 마디 해 보자면 ‘세대간에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내밀지 않으면, 이런 일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종류의 메시지를 엔딩에 담아봤다고도 생각해요. 자꾸 회피하다 보면 남에게 충고나 어드바이스를 할 자격조차 없는 못난 어른으로 자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못난 모습도 보여주면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성장할 수도 있겠죠.”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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