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를 선택하며 고민이 많았다. 본인의 예능 속 친근한 이미지 때문이다. 벌써 9년째, 주말마다 ‘런닝맨’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만큼 그에게는 명랑하고 밝은 이미지가 있으나, ‘나의 특별한 형제’ 속에서는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가 맡은 ‘나의 특별한 형제’ 속 동구는 지적장애인으로, 자칫하면 이광수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희화화가 될 것 같았단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광수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전체에 피해를 입힐까 봐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동구가 장애가 있는 역할이다 보니까,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저 때문에 지적장애자 분들이 희화화되지는 않을까 싶은 걱정이 가장 컸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분들 생각을 모두 바꿀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리고 ‘런닝맨’에서의 저와 영화 속 저를 다르게 봐 달라는 것도 저만의 욕심인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번에 동구 역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제가 저를 스스로 가두게 될 것 같았어요. 물론 함께 연기한 신하균 형도 예전부터 참 좋아했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도 소중했죠.”
‘스스로 가둔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그 또한 자신이 메인 패널을 맡은 ‘런닝맨’을 배우로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광수에게 어떤 뜻이냐고 물어보자 말 그대로 “제 역할에 대해 저 스스로가 제한을 두게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저는 항상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거든요. ‘런닝맨’도 매주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고, 항상 열심히 해요. 예전에는 사실 제 밝은 이미지를 깨려고도 많이 생각했지만 열심히 해 놓고 깨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잖아요. 제가 최선을 다해 놓고 그 이미지를 스크린에서는 보지 말아 달라는 건 제가 큰 욕심을 부리는 거죠. 제가 스크린에서 열심히 잘 해 내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관객분들이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영화 속 동구가 해야 하는 일들은 워낙 많다. 수영도 해야 하고 세하(신하균)의 손발도 되어야 한다. 재판도 치러야 하고, 엄마와도 상봉해야 한다. 이광수가 그 모든 걸 준비하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실존 모델이 있다 보니 모델을 만나볼까, 말까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감독의 말에 부담감을 버리고 새로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현장에서 그가 느낀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막상 결과물을 보니 반성되는 부분도 많고 후회되는 부분도 많지만, 최선을 다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해요. 저는 저한테 좀 관대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나온 드라마나 영화, 예능도 잘 봐요. 저를 좋아한달까요. 자기애가 좀 있는 타입이에요. 오히려 막상 연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은 편인데, 끝나고 나서는 그렇게까지 크게 고민하지는 않아요. 긍정적인 타입이죠. 제가 연기한 작품 중에서는 ‘좋은친구들’을 좋아해서 요즘도 가끔 봐요. ‘런닝맨’도 자주 모니터링해요.”
“제가 잘 못하는 건 쉬는 일인 것 같아요. 여태까지의 저를 다시 돌아보자면 계속 운이 좋아 맞물려서 일을 해왔는데, 요즘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거든요. 물론 ‘런닝맨’은 하고 있지만요. 차기작을 아직 정하지 못해서 쉬고 있는데, 쉬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저를 또 되돌아봤을 때, ‘와, 나 일 많이 했다!’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잘 해야겠죠. 할 수 있을때 잘, 많이 일하고 싶어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