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수수 관련 항소심 첫 공판에 불출석했다. 2심도 1심과 같이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의 심리로 열린 국정원 특활비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서 ‘건강 등 사유로 출석에 어려움이 있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1심도 불출석으로 진행됐다. 그 연장선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모든 재판 출석을 거부해왔다. 국정원 특활비 재판에는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판단,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뇌물죄는 무죄로 판단됐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형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 박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재판에서 뇌물수수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안봉근·정호선 전 청와대 비서관의 항소심에서 뇌물수수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안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6월이 선고됐다. 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월에 해당하는 집행유예 3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 측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특활비 2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지난 2016년 7월과 8월 두달 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으로 상납됐던 특활비 지급이 중단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원에 특활비 상납을 재요청했다. 같은 해 9월 국정원으로부터 2억을 받은 정 전 비서관이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이 관리하던 기존 특활비와 달리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건네진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박 전 대통령에게 2억원의 거액을 건넨 것은 직무에 관한 것으로 보기 타당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 비서관의 뇌물수수 방조죄가 인정된 만큼 이를 지시한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유죄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방어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형량과 벌금이 더 높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이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약 5개월간 국정농단 1심 재판에 출석해 방어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에는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은 다음 달 20일로 예정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