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교수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직하라” “교육부는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
휴일인 6일 학생 수백명이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 앞에 모였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학생회 추산 700여명의 학생이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성신여대 A 교수의 재임용 취소와 이사회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학생회 등에 따르면 성신여대 A 교수는 1대 1 수업에서 학생들의 얼굴 또는 손을 동의 없이 쓰다듬는 등의 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너를 보니 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에도 불구, 대학 이사회는 A 교수의 재임용을 결정했습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운동을 통해 무수한 ‘권력형 성범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가해자의 우월한 지위 탓에 숨죽이고 있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죠. 국내에서 미투운동이 촉발된 지 약 1년4개월이 지났습니다. 미투운동의 결과는 어떠할까요.
가해자 중 일부는 처벌 또는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신여대의 사례처럼 다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다시 학계의 저명인사, 직장 상사, 교수, 교사로 마주해야 했습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미투 117건을 조사한 결과, 가해자가 구속돼 실형을 받은 사례는 6건뿐이었습니다.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스쿨미투’는 더욱 열악합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스쿨미투가 공론화된 학교 65곳 중 수사가 이뤄진 곳은 27개교뿐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중·고등학교 교사가 가해자로 신고된 사례 33건 중 중징계는 1건에 그쳤습니다.
“성폭력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은 생겨났지만 법과 제도의 변화는 여전히 느리다”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의 발언입니다. 지난해 이후 미투 관련 법안이 쏟아졌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손에 꼽힙니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를 형사처분하는 법안, 성폭력 2차 가해행위 방지법안 등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스쿨미투 관련 법안은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변화는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미투 운동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법 제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때, 달라지는 사회를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