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 선보인 방탄소년단 피규어가 기대와 달리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고 있다. 오히려 특색 없는 피규어가 입방아에 올라 팬들조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4월 18일, 큰 인기를 예상해 ‘한정 수량’으로 제품을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아직까지 상당한 물량이 남아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정확한 판매량은 알려주기 곤란하다”라고 말을 아꼈다.
피규어 가격은 개당 1만6800원. 방탄소년단 멤버 7명당 각 4000개씩 2만8000개 한정으로 판매해 대략 4억7000만원어치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을 내건 만큼, 당초 출시만 해도 인기몰이를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았다. 아이돌 ‘굿즈’는 출시 족족 품절을 일으키며 이슈가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굿즈’는 연예인 관련 소품, 사진, 액세서리 등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이마트에선 정확한 물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당 피규어는 지난 3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한차례 예약 판매를 진행했을 당시, 제품이 모두 완판 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에 이마트 입장에서 방탄소년단은 믿을 만한 ‘흥행 보증수표’였을 터다. 팬들의 사재기를 막기 위해, 1인당 멤버별 각 1개씩이라는 제품 구매 제한도 두었다.
하지만 출시 첫날부터 기대됐던 ‘팬심’ 특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 팬층인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돼도 이마트 주요 매장의 판매 매대는 썰렁하기만 했다. 판매 시점부터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방탄소년단’ 이름을 내건 것치고 너무나 초라한 실적이다. 현재 대다수의 방탄소년단 팬들은 피규어의 퀼리티를 지적하며 피규어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이마트 방탄소년단 피규어는 미국의 '펀코(Funko)'사가 제작했다. 비틀스와 퀸 등 유명 아티스트의 피규어를 출시해온 곳이다. 큰 머리의 3등신이 특징인 보블헤드(Bobblehead) 피규어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이마트 방탄소년단 피규어에는 7명 멤버의 각 특징과 특색이 젼혀 묻어나지 않았다는 게 팬들의 반응이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 올라온 팬들의 지적에는 “방탄소년단 이름을 달고 나온 장난감.” “피규어끼리 얼굴이 똑같다.” “아이돌 이름만 붙이면 사주는 팬들이 아직도 있나.” “직접 이마트에 들러 피규어를 구입했지만 실망했다.” “인형을 만들어 놓고, 이름을 '방탄'으로 붙인 것 같은 느낌.” 등과 같은 비판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보블헤드’식 피규어가 극성팬에게는 어필할 수 있어도 대다수의 대중 팬에겐 먹히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자신을 방탄소년단의 팬이라고 밝힌 박지연(31·가명) 씨는 “이마트에서 방탄소년단 피규어를 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모습을 보고 구입할 마음이 사라졌다”면서 “차라리 돈을 모아 콘서트 티켓을 사는 편이 더 낫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마트가 내놓은 방탄소년단 피규어는 ‘헛다리’를 짚은 모양새가 됐다. 방탄소년단의 강한 인지도에만 기대, 수준이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아이돌 굿즈 시장은 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커진 것이 맞으나, 과거보다 팬들 수준도 높아져, ‘합리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면서 “무작정 아이돌의 팬심에만 기대 제품을 출시했다간, 팬들의 반감만 사는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팬심을 이용한 상술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