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재무파트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임원(부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구속기소된 삼성 계열사 임·직원은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0일 이모(56)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을 증거인멸 교사,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삼성그룹에서 계열사 경영 현안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이다.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히는 이 부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부터 그룹과 총수 일가의 재산을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과 대책 회의를 열어 회계 자료·내부 보고서 인멸 방침을 정한 뒤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개입과 관련해 삼성 수뇌부가 서초사옥에 모여 검찰 수사에 대비, 증거인멸 방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5월 5일에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주목했다. 모임 나흘전인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 측에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내 검찰 수사가 예정된 시점이었다.
검찰은 이 부사장 등 사업지원TF 상부의 지시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회사 공용서버 등을 공장 마룻바닥에 숨기고, 직원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VIP', '합병' 등의 단어를 검색해 삭제하는 조직적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봤다.
구속심사에서 이 부사장은 부하 직원이 자신들의 지시를 오해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으나 구속 뒤 수사 과정에서 태도를 바꿔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인멸 관련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검찰은 분식회계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대출사기, 배임, 시세조종 등의 의혹을 본격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1일 조사를 받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사장에 대해서도 본안 수사와 관련해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