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다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유골을 확보했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정 전회장의 넷째아들 정한근 전 한보그룹 부회장의 여행가방 등 소지품을 전날인 24일 입수했다. 해당 소지품에는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화장한 유골함,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위조여권 등이 있었다.
사망증명서는 에콰도르 당국으로부터 발급됐다. 정 전 회장의 위조 여권에 기재된 이름과 같은 인물이 지난해 12월1일 심정지로 숨졌다고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학교의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 해외로 도피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거주한 사실을 파악, 두 나라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정 전 부회장은 정 전 회장이 이미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한국으로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은 그는 “부친이 지난해 숨졌고 임종을 지켰다”고 진술했다. 정 전 부회장은 정 전 회장과 함께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전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그의 체납액은 환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회장은 증여세 등 73건의 국세 2225억2700만원을 내지 않고 도피했다. 고액 체납자 중 1위다.
정 전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들의 체납액도 상당하다. 이번에 압송된 정 전 부회장은 국세 235억원을 체납했다. 그는 지난 1997년 11월 한보그룹의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의 자금 32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지난 98년 6월 도주했다. 검찰은 지난 2017년 정 전 부회장이 미국 체류 중이라는 측근의 인터뷰를 계기로 지난해 8월부터 소재 추적에 돌입했다. 이후 에콰도르 당국으로부터 정 전 부회장이 파나마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파나마 이민청 등의 협조를 얻어 신병을 확보했다. 정 전 회장의 셋째아들인 정보근 전 한보철강 공업대표는 644억6700만원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다.
다만 정 전 회장이 사망 전 해외에 은닉한 자산이 확인되면 세금으로 환수가 가능하다. 국세청은 해외에 숨겨진 정 전 회장 일가의 자산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팀을 해외로 파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