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일부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민철기)는 2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대통령 비서실과 해양수산부 장·차관의 강대한 권력을 동원해 조직적인 행태로 이뤄졌다”며 “특조위는 뒤늦은 시점에 구성돼 각종 방해와 비협조 등에 시달리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치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라며 “피고인들의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피고인들의 혐의 중 하급자들에게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대응 방안’ 등 문건들을 작성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이 인정됐다. 다만 기획 및 실행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은 인정되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직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문건별로 하나하나 나뉘어 판단됐다. 재판부는 ‘세월호 특조위 설립준비 추진 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에 대해서는 조 전 수석과 윤 전 차관이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봤다. 김 전 장관이 특조위 관련 법령 해석과 심의 보류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조 전 수석과 김 저 장관이 특조위 동향 파악을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위법한 방법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 점, 피고인들 외에 다른 권력기관에 의한 정치 공세가 특조위 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등도 고려했다.
조 전 수석 등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 저지를 위해 특조위 여당추천위원을 설득,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담당 공무원에게 이를 실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에서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김 전 장관에게 각각 3년을 구형했다. 안 전 수석과 윤 전 차관에게는 12년을 구형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