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다만 소송 피해자 12명 모두 세상을 떠나 승소 소식을 직접 듣지 못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김용빈)는 26일 고(故) 이상주씨 등 7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신일철주금이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고 이씨 등은 지난 1942~45년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와 야하타제철소 등에 강제동원돼 고된 노역을 했다.
이번 소송은 강제동원 2차 소송으로 불린다. 지난 2012년 신일철주금에 강제동원됐던 또다른 피해자 4명의 소송(1차 소송) 이후 제기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5년 “신일철주금이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선고는 미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1차 소송의 재상고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판결이 보류했다. 다른 강제동원 판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강제동원 1차 소송 확정판결을 고의로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우려한 박근혜 정부를 의식, 해당 소송을 거래의 수단을 삼으려했다는 정황이다.
논란이 불거진 후 대법원은 1차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지난해 10월 원고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2차 소송 등 밀렸던 강제동원 판결이 속속 결론나기 시작했다.
다만 시간은 피해자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지난 2월15일 고 이씨가 세상을 떠났다. 고 이씨는 2차 소송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신일철주금은 1차 소송에서도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으나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