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젝트 일환으로 시작한 독거노인 대상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AI 스피커 ‘누구’가 독거노인들을 실질적으로 도왔다는 것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선 지자체 예산과 개인정보보호법 제도 개선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9일 서울 중구 소재 삼화타워에서 지난 두 달간 실행해 온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AI 스피커가 고독감을 치유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냐는 문제제기에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1차적으로 ‘대안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을 많이 듣고 감성대화를 하면서 어르신들의 긍정적 발화(發話)도 증가했다”며 “노인들은 발음이 불확실해서 인공지능이 못알아 들을 것이라는 거정도 많았지만 99세인 최고령자도 나훈아 음악과 찬송가를 잘 듣고, 97세 어르신도 ‘누구’의 다양한 기능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텔레콤이 4~5월 두달간 독거 어르신 1150명을 대상으로 AI 스피커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하고 그 결과 이들의 ‘감성 대화’ 사용 비중(13.5%)은 일반인(4.1%)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성대화란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화자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일상적 대화다.
또한 이에 따른 긍정적 발화 비율도 증가했다. 즉, 고령층이 AI 스피커를 활용하면서 고독감과 정보격차 두 가지를 모두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오는 9월 고령층을 대상으로 추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AI스피커가 스스로 독감 맞아야할 시기나 복약해야할 때를 알려주는 ‘행복소식’ 서비스와 치매예방을 위한 인지강화훈련 서비스, 서울대병원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기반인 건강 관련 오디오 콘텐츠 등이다.
다만 일부 독거노인에게만 시범서비스로 진행했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다수의 노인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예산의 문제로 정부의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이 그룹장에 따르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움직임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상태를 파악하는 서비스도 마련하려 했으나 지자체 예산 문제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준호 그룹장은 “처음에는 SK텔레콤과 지자체가 각각 6:4 비율로 비용을 부담했으나, 참여하는 지자체가 늘어나면서 지자체와 협력기관에서 비용을 더 집행하고 있다”며 “제일 좋은 모델은 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한 데 모이는 것이다. 기초단체만으로는 힘들지만 광역단체와 정부가 들어오면 부담이 줄어들어 더 많은 분들이 이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향후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 관련 분야 스타트업들과도 협업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법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으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데이터 사용에 제한이 많기 때문이다.
이 그룹장은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들 중 '누구' 플랫폼에 들어오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졌는데, 그 이유는 서비스 대상자들이 모여 있어 명확한 데이터로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이 아직도 개정이 안 된 채 그대로여서 사용자 동의를 받아도 그걸 사용하는데 제한이 많다. 정부나 국회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혈당관리도 진행하고 싶었지만 기기와 시험지를 구입해야하는 지자체 비용문제가 겹쳐 진행 못했다. 노인들의 질병, 건강관리는 비식별화 조치를 통해 개선할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르면 올 가을 광역지자체와 중증장애인‧사회적약자를 위한 헬스케어 접목 돌봄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음성 없이 생체신호만으로 위급상황 때 119를 부를 수 있도록 헬스케어 업체와 협업할 예정이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