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차승원 “치열하고 예민한 연기… 꼭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쿠키인터뷰] 차승원 “치열하고 예민한 연기… 꼭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차승원 “치열하고 예민한 연기… 꼭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기사승인 2019-09-06 09:00:00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 배우 차승원은 없다. 연기하는 차승원 대신 동분서주하면서 시선을 뺏는 철수(차승원)가 있다. 오랜 시간 배우 차승원의 출연작을 보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간 차승원의 모습을 지켜본 관객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코미디부터 휴먼 드라마와 재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연기 폭은 차승원이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차승원은 3년 전 추석 연휴에 개봉한 영화 ‘고산자’ 이후 다시 추석 영화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차승원은 밝고 친절한 태도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게 무슨 이야기지 싶다가도 가장 정확하게 본질을 이야기하는 화술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 출연한 계기는 배우로서의 도전도, 시나리오의 매력도,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아니었다. 영화 ‘럭키’를 연출한 이계벽 감독 때문이었다.

“이계벽 감독과는 오래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도 영화 ‘독전’ 촬영장에 놀러 오셨어요. 인사하는 첫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감독이고 나이도 저와 비슷한 사람인데 순수해 보이더라구요.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어떻게 됐든 이 사람과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작품을 같이 하고 관계가 틀어지는 감독과 배우가 많거든요. 이계벽 감독과 인간적으로 친숙해지면서 이 사람과 작품을 안 하더라도 동반자로서 오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독 이계벽보다 인간 이계벽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출연 결심 이후 읽은 시나리오는 차승원에게 많은 고민을 안겼다. 만만치 않은 내용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철수 역할은 후천적 지적 장애를 안고 있었고 아픈 딸도 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언급하기도 한다. 차승원이 코미디 톤 조절을 고심하게 한 이유들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대구 지하철 사건이 등장하는 대목에선 마음이 좀 그랬어요. 그때 당시 온 국민이 피해자였죠. 많은 아픔을 겼었고요. 그 이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그럴 때마다 사실상 모든 국민들이 유사한 아픔을 겪은 것 같았어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영화지만 뒷부분에서 센 감정이 휘몰아치는 것에 대해 경계할 수밖에 없었어요. 장애물처럼 느껴지고 힘든 점이 많았죠. 코미디인데 웃기지 않다면 그 이유가 아마 그런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뒷부분에 그런 장면들이 없었다면 더 심하게 코미디를 했을 거예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차승원은 요즘 일부러 연기를 많이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촬영장에 가서 리허설을 한 번 해보는 정도다. 아무리 준비하고 생각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했다.


“연기하면서 치열해지고 예민해지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한테도, 함께 하는 동료에게도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그 순간은 좋겠죠. 제가 다 하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길게 봐야 하거든요. 저를 내려놓고 연기를 덜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좋아요. 연기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마지막 작품에서 ‘내 진짜 모습이 90%는 나왔어’라고 하면 진짜 잘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올해 50대에 접어든 차승원은 나이 드는 것이 싫지 않다는 얘기도 꺼냈다. 돌아보면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남에게 피해를 줘서 후회되는 일도 없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평온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무 일도 안 벌어지고 지금처럼만 지냈으면 좋겠어요. 서로 피해 보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평온하게 봤으면 해요. 별다르게 잘되고 안되고도 바라지 않아요. 배우 차승원이나 인간 차승원은 지금 이 상태로 계속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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